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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교도소도 확진 27만명…"감형 받았는데 감옥서 죽을까 공포"

중앙일보 2020.12.30 11:47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쿠에틴 주립교도소.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쿠에틴 주립교도소. A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뒤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약 1달만인 29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762명으로 늘었고, 이날 사망자도 발생했다.
 
법무부는 과밀 수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2차례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를 남부교도소(85명)와 여주교도소(30명), 강원북부교도소(60명)로 이송했지만, 오히려 감염 확산을 초래했다. 남부교도소로 이송된 85명 중 16명이 이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강원북부교도소로 이송된 수감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1명 나온 것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교정 시설은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선제적 대응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해야 했음에도 법무부 등 유관기관은 늑장 대응으로 일을 키웠다.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았고, 전수검사와 시기도 놓쳤다는 지적이 연일 나오고 있다.
 
교정시설의 집단감염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적확진자 1900만 명을 넘긴 미국에서도 교도소 내 바이러스 확산은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 마침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코로나19가 미국 교도소를 초토화시켰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美 교도소 초토화”

타임은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교도소 거스 해리슨 교정시설(Gus Harrison Correctional Facility) 상황을 전했다. 팬데믹이 시작한 이후 이곳에서만 약 1400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6명이 사망했다. 
 
2018년부터 이곳에서 복역 중인 마리오 스미스(37)는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되던 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피곤한 줄 만 알았는데, 다른 구역으로 옮기라는 교도관을 말을 듣고 감염될 걸 알았다."
 
천식·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을 앓는 그는 “목숨을 잃을까 두려웠다”고 했다. 17살 때 종신형을 선고받고 마침내 30년형으로 감형받았는데 결국은 감옥에서 죽고 말 것이라는 공포가 그를 엄습했다.
 
미시간주 교정당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매주 코로나19 검사 ▶면회 금지 ▶소독·살균제로 매일 청소 ▶감염자-비감염자 분리 등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시간주에서 발생한 교도소 내 확진자 수는 2만 명이 넘는다. 108명은 사망했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숫자는 확 커진다. ‘코로나19 및 형사재판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covid 19 and criminal justice·NCCCJ)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850여 개 교정시설에 수감된 200만 명 넘는 사람 중 최소 27만 500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는 1700명을 넘는다. NCCCJ는 교도소 내 감염률은 일반보다 3배, 사망률은 2배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쿠엔틴 주립교도소 앞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감자 이송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쿠엔틴 주립교도소 앞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감자 이송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교도소 내 감염률 3배, 사망률 2배”

이는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예견된 바였다. 전문가들은 모여 생활하고, 위생용품 사용이 용이하지 않은 점 등을 위험 요인으로 판단했다. 존스 홉킨스 보건안전센터의 토머스 잉글스비 박사는 “이러한 것들은 바이러스를 엄청나게 확산시키는 완벽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미국 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ACLU)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교정시설 내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국가에 물은 것이다. ACLU 측은 “수감자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일하는 직원까지, 교도소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코로나19는 더욱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활동가들은 교도소 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석방을 제안했다. ACLU는 “안전하게 석방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석방하는 것”이라며 “시설 내 인구를 줄여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선 올해 교도소 수감자 수가 약 5% 감소했다. 코로나19 감염 억제 조치에 따른 결과다. 미시간주 교정당국은 “노인과 환자를 중심으로 7000명 이상의 수감자를 가석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교도소에서 더 많은 검사를 하고, 근무자들에게 더 좋은 개인 보호 장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죄수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로레타 린치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초만원인 시설의 공중 보건 문제를 알게 됐다”면서 “ 형사 사법 제도 내에서 교정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살필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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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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