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美 내정간섭 말라"는 중국의 두 얼굴···네팔 총리 낙마 노린다

중앙일보 2020.12.30 11:00
대만과 홍콩, 티베트, 신장(新疆)과 인권 문제 등에서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을 미국에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외치는 중국이 자신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이웃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행태를 보여 우려를 낳는다.
지난해 10월 네팔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네팔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지난 10일 수도 카불에서 중국의 무장 간첩단 10명을 체포한 데 이어 집권당 내부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네팔에서는 카트만두주재 중국 대사에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말까지 하는 상황이 생겼다.  

네팔의 친중 집권당 내분 붕괴 위기
중국, 고위 대표단 네팔에 급파해 조정
인도와 가까운 정당 집권 막으려 시도
네팔 총리 “외국의 내정간섭에 반대”

중국은 지난 27일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궈예저우(郭業洲)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일행 4명을 네팔에 4일간의 일정으로 급파했다. 어렵사리 구축한 네팔 내 친중 정권의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궈예저우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은 지난 27일 네팔로 급파돼 친중 정당인 네팔공산당의 붕괴를 막는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 신화망 캡처]

궈예저우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은 지난 27일 네팔로 급파돼 친중 정당인 네팔공산당의 붕괴를 막는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의원내각제 국가인 네팔은 지난 20일 실권을 가진 행정수반인 올리 총리가 의회 해산을 요청했고 의전상 국가원수인 반다리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의회해산을 결정한 뒤 다음 총선을 내년 4월 30일과 5월 10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올리 총리의 의회해산 요구는 당내 반대 파벌의 반대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네팔 집권당은 네팔공산당으로, 올리가 이끄는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과 다할이 리더인 마오(毛)주의 네팔공산당(CPN-MC)이 연합한 것이다.
두 당은 2018년 5월 연합해 정권을 장악했다. 올리가 총리를 맡는 대신 당은 다할이 이끌기로 했으나 올리가 당권까지 차지하려고 하고, 또 총리 자리도 올리와 다할이 교대로 맡기로 했었는데 올리가 양보하지 않으면서 두 그룹 간 반목이 생겼다고 한다.
올리 네팔 총리는 친중 정당인 집권당 내분이 생기자 지난 20일 의회해산을 결정했다. 다음 총선은 내년 4월과 5월 열린다. [신화사=연합뉴스]

올리 네팔 총리는 친중 정당인 집권당 내분이 생기자 지난 20일 의회해산을 결정했다. 다음 총선은 내년 4월과 5월 열린다. [신화사=연합뉴스]

반면 올리 측에선 다할 진영의 반대로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부득이 조기 총선을 통해 국민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올리와 다할이 분당으로 가는 것이다.  
이 경우 다음 총선에선 최대 야당인 네팔의회당(NC)이 어부지리로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네팔공산당이 친(親)중국 노선을 걷는 데 비해 NC는 인도와 가깝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이 급히 대표단을 네팔에 파견한 이유다.
중국은 당초 올리 총리를 지지했으나 올해 들어 올리를 희생시키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가 인도의 힌두스탄타임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허우옌치 네팔주재 중국대사는 지난해 말 파격적인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카트만두의 명승고적을 찾아 네팔 관광을 홍보했다. 최근엔 친중 집권당의 붕괴를 막기 위해 네팔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중국 인민망 캡처]

허우옌치 네팔주재 중국대사는 지난해 말 파격적인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카트만두의 명승고적을 찾아 네팔 관광을 홍보했다. 최근엔 친중 집권당의 붕괴를 막기 위해 네팔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중국 인민망 캡처]

네팔에 주재하는 중국 대사 허우옌치(侯艶琪)가 지난 4월과 5월 네팔공산당 지도자들과 만나 네팔공산당의 분열은 중국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올리 총리는 허우 대사에게 “외국의 개입은 필요 없으며 자신이 당내 분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우 대사는 계속 네팔 내정에 간섭하며 올리 세력의 약화를 꾀해 왔다고 한다.
허우옌치 대사는 지난해 말 네팔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자신이 2020년 네팔 관광의 해 성공을 기원하는 트윗을 날렸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허우옌치 대사는 지난해 말 네팔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자신이 2020년 네팔 관광의 해 성공을 기원하는 트윗을 날렸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결국 올리가 의회해산까지 꺼내 들며 다할과의 분당 국면으로 나아가자 놀란 중국 공산당이 차관급 대표단을 보내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네팔은 인도의 전통적 우방으로 무역과 에너지 등에서 인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난 2015년 인도와 네팔 관계가 약화한 틈을 타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경제 협력 등의 당근을 제시하며 네팔에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나 올해 친중 집권당 내 균열이 생기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