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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도 이건리도 '선무당'...누가 공수처장 되든 코드수사"

중앙일보 2020.12.30 05:00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가 판사와 검사 출신 두 명으로 좁혀졌다. 법조계에서는 둘 중 누가 되더라도 정권의 입맞에 맞춘 ‘코드 수사’ 기관으로 공수처가 변질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진욱, 중립적인데 수사 경험 의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왼쪽)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왼쪽)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29일 법조계는 최종 공수처장 후보에 오른 김진욱(54ㆍ연수원 21기)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57ㆍ연수원 16기)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다른 평을 내놓았다. 대구 출신의 김 선임연구관은  2년 간의 판사 생활 뒤 2010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1999년에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했다.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과 선임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관은 판사 출신으로 정치적 중립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다만 수사 경험이 거의 없어 대형 권력수사를 총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와 연수원 동기인 김종민 변호사(순천지청장 출신)는 “공수처는 제2의 검찰로서 조직 규모도 작지 않아 탁월한 수사 경험은 물론 충분한 조직운영 경험과 관리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며 “수사 경험이 거의 없는 김 선임연구관은 헌법재판관 후보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공수처장 후보로는 합당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건리, 무난하지만 정권에 반기들 수 있나"

반면 이 부위원장은 수사 경험은 20년 가까이 된다. 그는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0년 서울지검 북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제주·창원지검장, 대검 공판송무부장 등을 지낸 검사장 출신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방부 5ㆍ18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부위원장은 ‘원칙주의자’란 평가가 많다. 그는 지난해 9월 부인이 기소됐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장관직 수행에 대해 권익위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같은 해 2월 권익위는 청와대에서 재직한 뒤 내부 고발을 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
 
윤석열

윤석열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의 명예훼손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하게 한 것도 이해충돌로 해석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 생활을 할 때도 공정하게 업무를 했고 상당히 균형잡힌 사람”이라며 “다만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대통령이 검사 출신인 이 부위원장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이 부위원장은 무난히 공직 생활을 한 사람으로 권력의 외압에 반기를 들 정도의 사람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태생부터 괴물로 탄생, 처장 한 사람 좌지우지할 수 없어"

누가 공수처장이 되더라도 본질에서 공수처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추미애 공수처류(類)가 되서 검찰의 정당한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검찰을 파괴하는 그런 공수처를 출범시키려고 한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검사장 출신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무소불위의 공수처가 헌법상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정권 수사를 독점하게 됐다”고 했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될 거란 시각이 파다하다. 대전지검이 맡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도 공수처가 이어받아 할 가능성이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법원에서 막혔지만 윤 총장이 칼을 빼든 월성 1호기 폐쇄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으로 꼽힌다.
 
당초 공수처장 후보로 지목됐다가 사퇴한 석동현 변호사는 “둘 중에 누가 되더라도 공수처는 ‘코드 수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공수처 조직을 구성하는 수사관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 있는 구조에서 공수처장 한 명이 중립적이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이어 “태생부터 ‘괴물’로 탄생한 공수처는 처장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무당에 칼 쥐여 주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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