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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전 상하이 연설…마윈은 몰랐다, 그때 악몽이 시작된 걸

중앙일보 2020.12.30 05:00
마윈의 핀테크 프로젝트인 앤트그룹이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온다. 사진은 2018년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 주최 회의에 참석했을 때다. AFP=연합뉴스

마윈의 핀테크 프로젝트인 앤트그룹이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온다. 사진은 2018년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 주최 회의에 참석했을 때다. AFP=연합뉴스

 
중국 최고의 부자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에게 2020년은 악몽으로 저물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상하이(上海) 와이탄 금융 서밋 기조연설을 위해 무대에 나선 순간 그의 내리막은 시작됐다. 입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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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을 관리하듯 공항을 관리하면 되겠는가”부터 “전당포식의 규제가 문제”라는 게 마윈의 작심 발언 요지였다. 당시 객석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王岐山) 부주석,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易綱) 총재 등이 앉아있었다. 이들 면전에서 당국을 공개 비판한 마윈은 쓰라린 후과를 맛보게 됐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은 지난달 전 세계 최대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홍콩ㆍ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될 계획이었다. 345억 달러(약 39조 1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긁어모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상장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달 3일, 중국 당국은 “주요 이슈가 남아있다”며 IPO를 무기한 연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ㆍ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마윈은 “그룹 일부를 국유화해도 좋다”며 납작 엎드렸지만 중국 당국은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블룸버그통신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이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에게 절호의 기회였던 앤트그룹이 악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마윈의 호시절. 2017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솽스이 쇼핑 전야제 무대다. 오른쪽은 니콜 키드먼. 로이터=연합뉴스

마윈의 호시절. 2017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솽스이 쇼핑 전야제 무대다. 오른쪽은 니콜 키드먼. 로이터=연합뉴스

 
마윈의 사업 밑천인 알리바바 왕국까지 흔들리고 있다. 뉴욕증시(NYSE)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그의 상하이 연설 전까지만 해도 8590억 달러(약 938조 원)이었다. 29일 현재는 약 6016억 달러로, 2574억 달러(약 281조 원)이 증발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 역시 지난 28일 전 거래일 대비 7%가 넘는 큰 폭의 하락을 보이며 주당 211 홍콩달러(약 3만 6000원)로 마감했다. 마 회장 본인의 자산 역시 한때 620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포브스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29일 현재 574억 달러로, 46억 달러 줄었다.
 
마윈에게 ‘매운 맛’을 보이도록 지시한 인물은 시 주석이라는 게 WSJ와 FT 등의 공통된 보도다. 10월 24일의 연설 내용을 보고받은 시 주석이 격노해 직접 IPO 중단을 지시했다는 것. 중국 기업인 중에선 드물게 ‘할 말은 하는 인물’로 꼽혀온 마윈이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주석. 마윈에 대한 조치를 직접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주석. 마윈에 대한 조치를 직접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신화=연합뉴스

마윈이 중국 금융 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건 오래전부터다. 중국 당국이 마윈의 무릎을 꿇리면서 꺼낸 논리는 ‘반독점 규제 필요성’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마윈의 앤트그룹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앤트그룹이 사실상 마윈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라는 게 영어권 외신들의 공통적 평가다. 마윈 개인도 눈엣가시였지만 그가 건설한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과 핀테크가 중국 금융당국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4일 보도했다.  
 
마윈은 현재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애칭 ‘대디 마(Daddy Ma)’로 불리며 인기를 누렸던 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NYT는 “마윈의 이름은 성공의 동의어였으나 이젠 아니다”라며 “중국 내에선 마윈을 두고 프랑스 혁명 당시 유행했던 ‘놈들을 죽여라’는 글도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오른 익명의 이 글에 12만2000명 넘는 사용자가 ‘좋아요’를 눌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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