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공정거래위원회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 위해 2위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했다.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나란히 부착된 배달의 민족·요기요 광고. 연합뉴스
시장 조사 기관인 닐슨코리아클릭 조사 결과 지난 9월 사용자 기준 배달앱 업체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59.7%, 요기요 30.0%였다. 지난 8월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배달앱(안드로이드 OS 기준) 월 사용자 수(MAU)는 배민 1066만, 요기요 531만명으로 점유율과 마찬가지로 약 2대 1선이다. DH가 배민과 계약할 때만 하더라도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폭발적인 성장분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요기요의 가치는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몸값 약 2조’ 요기요…눈치작전 치열할 듯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나란히 부착된 배달의 민족·요기요 광고. 연합뉴스
네이버는 배달대행 업체 1위(생각대로)와 3위(부릉)의 대주주다. 우아한형제들 지분 4.7%도 보유 중이다. 현재는 배달앱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계약을 체결한 상태지만, 네이버가 보유 주식을 전액 매각할 경우 이 조항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가 마음만 먹으면 배달시장 진출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자회사인 라인도 일본에서 가맹점 수 1위인 배달앱(데마에칸)을 운영하고 있고, 태국 라인맨(배달)과 웡나이(리뷰), 대만 라인스팟(포장주문) 등 아시아 전역에서 온라인 음식 관련 서비스를 확장 중이다.
카카오는 ‘주문하기’와 ‘채널톡’을 통해 지역 음식점과 접점을 갖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1% 수준이다. 카카오가 요기요를 인수하면 플랫폼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카카오톡 연동을 통해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1위(배민)와의 격차를 가장 빠르게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자”라며 “모빌리티, 구독경제에 이어 생활밀착형 서비스 라인업 강화 니즈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쿠팡도 유력 후보군 중 하나다. 현재 급격하게 성장 중인 배달앱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미국 배달앱 도어대시에 투자했다가 이 업체의 상장으로 최근 큰 이익을 얻은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코로나19가 뒤흔든 배달 시장…재편 가능성도

29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배민과 요기요 배달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뉴스1
미국 시장이 대표적이다. 2018년까지 배달앱 시장의 과반을 차지했던 그럽허브는 올해 3위로 내려앉았다. 당시 2위였던 도어대시가 2019년 경쟁사 캐비어를 인수하면서 1위를 탈환했고, 3위였던 우버이츠가 4위 포스트메이츠를 인수해 올해 2위로 올라서면서다. 도어대시는 지난 9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여기에 7500억원을 투자했던 소프트뱅크의 지분가치는 상장 첫날 기준 17배로 불었다.
김익성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배송 능력이 상당히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에 요기요 인수전이 더욱 치열할 것”이라면서 “DH나 배민 입장에선 값을 적정히 받으면서도 섣불리 너무 강력한 경쟁자를 키우지 않아야 한다. ‘특정 영역은 건드리지 말라’는 식의 신사협정을 맺는 방식으로 전략적 파트너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