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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 수익 인증글에 홀렸다" 암호화폐 100억 사기 의혹

중앙일보 2020.12.30 05:00

“은행 금리가 너무 낮아 인터넷에서 투자처를 찾다가…”

“P2P 투자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저금리로 인해 은행 밖 투자 상품을 찾던 직장인 A씨와 B씨는 지난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회원 수 3만여 명인 ‘직장인 투자’ 온라인 카페를 찾은 게 화근이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9월 카페 운영자인 김모(30)씨가 소개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믿고 5000만원을 송금했다. “암호 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 프로모션에 참여하면 160일 동안 최대 3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김씨는 중국에 본사가 있다는 거래소에 돈을 넣어 두면 암호 화폐가 매일 지급되고 이를 김씨가 위탁 운용해 수익을 내주겠다고 했다. 김씨는 위탁운용 수수료를 별도로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여러 카페 회원들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도 이미 송금한 5000만원을 찾지 못하게 되자 김씨를 고소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A씨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마치는 등 김씨를 사기·유사수신행위 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과 김씨 등에 따르면 회원들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은 12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따라잡으려다 카페 가입"

지난해 9월 '직장인 투자' 관련 온라인 카페에 운영자인 김모(30)씨가 올린 게시글. [독자 제공]

지난해 9월 '직장인 투자' 관련 온라인 카페에 운영자인 김모(30)씨가 올린 게시글. [독자 제공]

 
김씨는 2017년부터 카페 규모를 키워왔다. “투자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직장인을 위한 투자 전략을 알려준다” “돈이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홍보한 게 주효했다.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투자자들은 더 늘었다. A씨는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내가 가진 돈으론 부동산 투자는 불가능해서 카페에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소인 "수익인증 글 믿었다"

지난 28일 '직장인 투자' 카페에 올라온 수익인증 게시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8일 '직장인 투자' 카페에 올라온 수익인증 게시글. [홈페이지 캡처]

 
A씨는 “올해 초 김씨가 진행한 '단기 프로젝트'로 5%의 수익을 올린 적 있고 카페에도 하루에 몇 건씩 수익 인증 글이 올라왔다”면서 “이젠 수익 인증 글이 진짜인지도 모르겠다. 뭔가에 홀렸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같은 피해 사례가 많이 접수된다”며 “온라인을 통한 투자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페 운영자 “나도 피해자”

○○○거래소 한국지사 운영자들은 현재 사기 등 혐의로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소인인 김씨는 “나도 ○○○거래소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그는 “대구에 있는 한국지사에서 ○○○거래소 프로모션 마케팅을 부탁해 이를 맡아서 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에 있는 사람들이 다단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올해 들어 알았다.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마케팅을 하긴 했지만, 지금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고 다단계 혐의를 받는 일당과도 무관하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거래소 본사가 중국이 아닌 홍콩에 있으며 등록된 주소에는 사무실이 없다는 고소인 측 주장에 대해서도 “나도 최근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뉴시스]

서울 강남경찰서. [뉴시스]

 

10년 모은 4억원 날린 회사원

지난 10월 김씨를 고소한 30대 회사원 B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총 4억원을 ○○○거래소에 입금했다. 이중 B씨가 되찾은 돈은 22만7700원이다. 1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다 날린 셈이다. B씨는 지난해 4월 월급을 불릴 투자처를 찾다가 카페에 가입했고, 처음엔 소액 투자를 하다가 수익이 생기자 투자금을 4억원까지 늘렸다.
 
B씨는 “지난해 9월 김씨가 올린 동영상과 게시글을 보고 투자를 했는데 지난 4월 갑자기 거래소에서 출금이 동결됐다”며 “매일 지급한다는 암호 화폐도 약속과 달리 안 들어왔고 거래소 계정에 로그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프로모션은 돌려막기식 폰지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초반 수익금 지급은 더 큰 투자 유도를 위한 미끼로 볼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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