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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세먼지 유발하는 ‘경유차 시대’ 이제는 넘어서자

중앙일보 2020.12.30 00:36 종합 29면 지면보기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1990년 필자는 서울의 어느 여고에 교사로 부임했다. 그 학교는 이른바 ‘강남 8학군’의 명문 사립학교였다. 하지만 그런 학교에서조차 당시 자가용을 소유한 교사는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꼭 30년 전의 일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사회는 너무나 빠르게 변했다.
 

경유, 대도시 미세먼지 최다 배출
친환경 이동수단 고민해야 할 때

1990년대 이후 자가용 보급이 늘어나더니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등록 대수는 무려 2368만 대였다. 대기오염을 야기할 거라는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2005년에는 경유의 상대가격 인상을 전제로 경유 승용차 시판이 허용됐다.
 
이후 경유 승용차가 빠르게 증가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있었던 2015년에 등록 차량의 52.5%를 경유 승용차가 차지했다. 그 후 경유 차량 등록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정부의 ‘클린 디젤’ 정책 폐기 이후 지난해 말에는 36.6%로 낮아졌다. 하지만 경유차 등록 대수는 꾸준히 늘어 2019년 말 기준으로 996만 대에 이른다.
 
생활 패턴 변화로 레저용차량(RV)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데다 유류비까지 싼 게 주요 원인이었다. 경유와 휘발유의 생산단가가 비슷하거나 경유가 조금 더 높으면서 대기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데도 물류비 상승 우려로 경유의 상대가격을 낮게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류비와 큰 상관이 없는 고가의 경유 승용차가 저렴한 경유의 혜택을 누려왔다. 경유는 도로 이동 오염원이 배출하는 초미세먼지(PM 2.5)의 98.6%, 질소산화물(NOx)의 93.8%를 차지한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미세먼지의 최대 배출원이다. 더구나 경유차 미세먼지는 인체 1군 발암물질이면서 주거지 주변 도로나 통학로 등에서 일상적인 호흡 공간을 오염시키기에 더 큰 문제다.
 
지난 11월 23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지난 1년 동안 100여 차례 분과별 전문위원회와 포럼을 통해 마련한 초안을 500여 명으로 구성된 국민정책참여단의 예비토론과 종합토론에서 숙의를 거쳐 합의된 안을 제안했다.
 
현재 100:88인 경유 상대가격을 현재 OECD 평균 수준(100:95)이나 OECD 권고 수준(100:100)으로 조정하자는 방안이다. 또 영세 화물차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 수용성 제고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이런 변화는 신규 경유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재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제 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 선택을 고민해야만 한다.
 
전 세계 120개 이상의 국가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나선 마당에 경유냐 휘발유냐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경유든 휘발유든 모두 내연기관 차 연료로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탈 내연기관 차 선언’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영국은 2035년에서 2030년으로 내연기관 차 판매 금지정책 시간표를 앞당겼다. 프랑스·독일·스웨덴·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일부 주, 일본도 내연기관 차 완전 퇴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2050년,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뒤다. 그 사이 세계는 지난 30년에 비해 더 빠르게 변화할 전망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긴급하고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에 오늘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듯이 30년 후의 내일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진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로부터 지켜야 할 우리와 미래세대의 안전과 생명은 오늘의 선택에 달렸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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