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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안철수 참여하는 원샷 경선 아니면 선거 어렵다”

중앙일보 2020.12.30 00:35 종합 22면 지면보기

10년 전 선거판 닮아가는 서울시장 보선 D-99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지난달 12일 국민의힘 외곽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에서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소신을 밝혔다. 강연에 앞서 이 모임 김무성 공동 대표와 ‘야권 혁신 포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지난달 12일 국민의힘 외곽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에서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소신을 밝혔다. 강연에 앞서 이 모임 김무성 공동 대표와 ‘야권 혁신 포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뉴시스]

관심 밖이던 야권의 내년 서울시장 선거전이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시장에 절대 안 나간다’고 여러 차례 다짐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느닷없이 뛰어들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몇 사람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흥행은커녕 미풍조차 만들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줄곧 2022년 대선을 얘기하던 안 대표는 그동안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생각할 계획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돌연 출마로 급선회했고 이젠 야권 반문연대를 말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
“차기 대선 윤석열발 블랙홀 변수
서울시장 보선 출마로 방향 바꾸는
야권 주자 추가로 나올 수 있어
후보 단일화 해야 야당이 승산”

‘마포포럼’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 ‘더 좋은 세상으로’에 안 대표가 강연자로 나섰던 지난달 중순이 반전의 계기라고들 한다. 당시 안 대표는 “목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아니라 대선”이라며 ‘야권 혁신플랫폼’을 내세웠다. 하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선 “서울시장을 내주면 대선도 야권도 끝이다. 그렇게 되면 야권 플랫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안철수 출마론’이 분출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고민해보겠다’는 안 대표의 말이 나왔다고 한다.
 
회의를 이끌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 물었다.
 
국민의힘에도 주자가 많은데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 사이에선 왜 ‘안철수 출마론’이 나왔나.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허상이 천하에 드러났다. 이대로 계속 가면 나라 경제는 아마도 굉장히 심각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막상 투표를 하면 문 대통령 지지자 40%는 또다시 뭉칠 것이다. 결국 반문연대 단일 후보라야만 이기고 아니면 지는 구조는 여전하다. 내년 선거에서 이겨야 이듬해 대선을 해볼 만한데 그러자면 결국 대권 주자 가운데 누가 내려와야 한다. 또 후보 단일화해야 한다. 그걸 염두에 두고 보면 우리 당 밖엔 안철수와 금태섭 두 사람이 있다.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된다.”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가 가능할까.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해야 한다는 게 대전제다. 방법은 지금부터 양쪽이 논의하고 찾아야 한다. 그런 문제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아 답답하긴 하다. 안 대표가 결단했고 다수가 잘했다고 칭찬하는 마당에 우리 당에선 입당하라고만 하고 있다. 속 터지는 일이고 예의도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
“각 진영에서 후보를 뽑은 뒤 결선 투표하는 방법이 있고 각자 뛴 다음 1차로 컷오프 한 상태에서 너댓명이 바로 결선 투표 들어가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우리 당 지지층과 안철수 대표 지지층은 겹치는 부분과 안 겹치는 부분이 있다. 본선에서 이기려면 안 겹치는 지지층을 잡아야 한다. 입당해버리면 그런 지지층이 떠날 수 있다. 중도 확장에 도움 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은 결국 다음 대선 때 단일화를 만드는 기본 틀이 될 거다.”
 
단일화된 야권 후보면 이길 수 있다고 보나.
“미스터 트롯의 성공 배경은 공정 경쟁에서 시작됐다. 시대의 화두다. 공정 경쟁을 통한 원샷 야권 후보면 이기고 아니면 지는 거다. 본선보다 더 치열한 경선으로 흥행을 높여야 하고 대선 주자들이 더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어떻게 나올지가 변수다. 지금은 윤석열 블랙홀이다. 방향 전환을 하는 후보들이 나올 수 있다.”
 
두 사람이 경선전에 나설까.
“알 수 없고 반반인데 출마 쪽 아닐까 싶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01102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01102

안철수발 야권 후보 단일화의 불이 본격적으로 커지려면 오세훈 전 시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뛰어드는 게 관건이다. 이들이 모두 참여하는 원샷 경선이 진행되면 야권 흥행몰이가 가능해져 승기를 잡고 굳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07년 대선 경선전에 나섰던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경쟁이 모델이다. 당시 한나라당 유력 주자이던 두 사람은 극에 달한 네거티브 경선전으로 대선이 끝난 후에도 큰 상처와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 하지만 흥행 성공이 결과적으론 대선 승리의 에너지를 만들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다.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
 
오세훈 전 시장에게 질문했다.
 
서울시장에 다시 도전하나.
“고민 중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조만간 결론을 내진 않을 거다. 지금은 야권의 지방선거 시계가 불필요하게 빨리 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뭔가에 쫓기듯 치고 나왔는데 민주당은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후보는 물론이고 전략이든 뭐든 굉장히 늦게 잡고 우릴 지켜볼 뿐이다. 여당 카드를 봐 가면서 우리 카드를 준비해야 하고 지금은 안 대표가 빨리 돌려놓은 야권 시계에 브레이크를 밟을 때다.”
 
안 대표와의 단일화는 어떤 식이 바람직할까.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다. 지금 그 얘길 시작하면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모양새가 될 뿐이고 너무 빠른 얘기다. 또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당의 경선 룰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 당에 맡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의미가 없다. 그래도 어쨌든 야권 후보는 단일화해야 한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할까.
“그걸 우리 당에서 자꾸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들어오면 좋겠지만 남의 당 대표를 향해 여러 사람이 나서 자꾸 들어오라 말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마땅치 않다.”
 
야권 단일 후보면 선거에 이길까.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다. 투표율이 낮다. 동원 선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조직은 여권이 압도적 우위다. 시의원, 구의원, 구청장을 모두 여권이 장악했다. 우린 굉장히 어려운 싸움을 앞뒀다고 봐야 한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 물었다.
 
나경원

나경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나.
“글쎄다. 아직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을 어떻게 보나.
“판이 커져서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그 분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해줘야 할 텐데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 그게 핵심 아닌가.”
 
후보 단일화는 어떤 식이 바람직할까.
“당이 알아서 정할 일이다.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나.”
 
서울시장 놓고 다퉜던 그때 그 사람들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2011년 선거를 여러모로 닮았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열린 당시 보선은 정치판에 얼굴 한 번 내민 적이 없는 벤처기업인 안철수를 불러내는 계기가 됐다. 출마 의사가 있다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식상해 있던 민심이 폭발해 엄청난 기세로 안철수 바람을 만들었다.
 
하지만 압도적 인기를 자랑하던 안철수는 시장 후보 자리를 지지율 한 자릿수에 머물던 박원순이란 시민운동가에게 양보하는 형식으로 ‘철수 정치’를 시작했다. 무소속 후보 박원순은 범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영선, 본선에선 야당 후보 나경원을 꺾고 당선됐다. 이후 내리 3선을 했다. 지금은 여권과 야권의 사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야권 선택은 당시와 비슷하다. 선출된 제1야당 후보와 외부의 시민 후보 혹은 제3당 후보 사이의 경선을 통한 야권 단일화로 맞서는 모양새다.
 
지금도 그때 그 사람들이 여전히 모두 유력 주자다.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여권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야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선두 접전을 벌인다. 오세훈 전 시장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면 야권 후보군은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야권이 어떻게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지 여부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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