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장혁 정치부 차장·변호사
검찰에 대한 경고를 덧붙여 진정성 논란도 일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성탄 사과에선 나름의 울림이 전달됐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막장 대치로 국민들이 겪은 일을 ‘불편과 혼란’으로 인식했다는 점과 그 출발점이 자신의 임명이었음을 분명히 해서다. 깊이를 알 순 없지만 일정한 성찰의 발로임엔 분명했다.
대통령의 그 진심이 가장 잘 전달되지 않는 곳은 “모두가 친문”(86그룹 중진)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이낙연 대표는 대통령 사과 당일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에 날을 세웠다.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는 말도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대통령의 말과는 결이 달랐다.

노트북을 열며
이들이 코드를 맞추는 파트너가 문 대통령이 아닌 게 분명했다. 한 비문 의원은 “문빠들의 아우성에 동물적 감각으로 장단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 복귀 후 문빠들이 장악한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특정 온라인 게시판에는 윤 총장 탄핵을 촉구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친문 그룹에서도 “당 전반의 분위기가 그런 건 아니다”는 말은 나온다.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경파들이 만든 무드는 민주당이 ‘윤석열 복귀 쇼크’의 출구로 또 다른 속도전을 택하는 데 한몫했다. 검찰개혁특위를 띄운 이 대표는 29일 첫 회의에서 “추가로 할 일이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간추리고 빨리할 수 있는 것은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역을 건너뛰고 수사·기소 분리라는 종착역에 빨리 닿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기의 검찰권 분산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몰아 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아직 출범도 전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탄생할 공룡 경찰의 폐해는 아직 가늠도 못 해 봤다. 백신에는 “안전성이 중요하다”던 이들이 사법체계를 뒤집는 일에선 어디서 끝없는 용기를 퍼 올리는지 알 수 없다. 검사들에 대한 혐오를 동력 삼은 질주가 과연 대통령을 레임덕에서 구하는 길일까.
임장혁 정치부 차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