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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사람사진] 엔딩플래너로 나선 송길원 목사

엔딩플래너로 나선 송길원 목사

중앙일보 2020.12.30 00:21 종합 24면 지면보기
 
권혁재의 사람사진 / 송길원

권혁재의 사람사진 / 송길원

 
“코로나 19가 잊고 살던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걸 일깨웁니다.
제가 엔딩플래너로서 삶의 라스트 신을 찍는 ‘임종 감독’이 되렵니다.”
청란교회 송길원 목사로부터 올 9월에 받은 문자 메시지 중 일부다.
엔딩플래너는 결혼의 웨딩플래너처럼 장례를 기획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2012년 경기 양평에 지어진 달걀모양 교회다.  이름하여 청란(靑卵)교회다. 송 목사는 이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2년 경기 양평에 지어진 달걀모양 교회다. 이름하여 청란(靑卵)교회다. 송 목사는 이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는 목사이며 행복가정 NGO하이패밀리의 대표이기도 하다.
가정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이루고자 그가 만든 단체가 하이패밀리다.
 
청란교회 내부, 딱 한 가족이 예배하기에 적당한 크기다. 바닥에 보이는 것이 파이프오르간이다. 이 또한 교회 규모에 맞게끔 조그맣게 제작되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청란교회 내부, 딱 한 가족이 예배하기에 적당한 크기다. 바닥에 보이는 것이 파이프오르간이다. 이 또한 교회 규모에 맞게끔 조그맣게 제작되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정문제를 외치던 그가 난데없이 ‘임종 감독’을 자처한 이유가 뭘까?
 
“장례가 끝난 후 가정들이 너무 많이 해체되는 걸 봤습니다.
불현듯 끄트머리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말을 조합하면 끝과 머리죠. 끝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인 겁니다.
떠나는 이 입장에서도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지만,
떠난 보낸 이 입장에서도 끝에서 머리로 전환되는 순간인 겁니다.
끄트머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도우려 장례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겁니다.”
 
실제 그는 메멘토모리 기독시민연대와 함께 ‘죽음에 대한 유쾌한 반란’ 시리즈를
통해 장례문화비평을 해왔다.
 
“장례엔 허례허식과 의미 모를 행위들이 많습니다.
일례로 영정사진에 검은 띠를 왜 두르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마치 그 모양이 죄수에 사용되는 한자인 가둘 수(囚) 같죠.
이승만 대통령부터 모두 일곱의 대통령 영정에 띠를 둘렀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런 관행에 대해 한번 질문해보자는 겁니다.”
 
최근 95세를 일기로 돌아간 할머니의 장례식을 그가 ‘임종 감독’했다.
 
70대 아들이 불룩 내민 배에 어머니가 파안대소하고 있는 사진, 국화 제단 대신 장례에 전시되었다.

70대 아들이 불룩 내민 배에 어머니가 파안대소하고 있는 사진, 국화 제단 대신 장례에 전시되었다.

 
콘셉트는 함박웃음, 
국화 제단 대신 할머니를 추억할 사진 전시,
수의 대신 평소 입던 개량한복, 
도우미 대신 유족들이 간식을 날랐다.
조문객 식사로 동네 상권을 살릴 겸 단품 맛 기행 식사권을 제공했다.
 
이렇게 뗀 엔딩플래너로서 그의 첫발, 
상주의 며느리가 그를 '장례 감독'이라 칭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고인의 유해는 호텔로 명명한 안치실에 모셨다. 수의는 평상복, 상복은 개량한복, 관은 종이, 유골함은 한지를 사용했다.

고인의 유해는 호텔로 명명한 안치실에 모셨다. 수의는 평상복, 상복은 개량한복, 관은 종이, 유골함은 한지를 사용했다.

 
올해의 끄트머리에서 새로운 형식의 장례를 기획한 그가 소감을 밝혔다.
“삶에서 죽음을 보면 죽음이 한없이 슬프지만, 
죽음에서 삶을 보면 삶은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축제 같은 끄트머리를 위해 엔딩플래너로서 첫발을 뗐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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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권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