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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 안전판 분양보증제 해외로 수출한다

중앙일보 2020.12.30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난 8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회상 회의를 통해 카자흐스탄에 분양보증제도 운영 경험을 알리는 모습. [사진 HUG]

지난 8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회상 회의를 통해 카자흐스탄에 분양보증제도 운영 경험을 알리는 모습. [사진 HUG]

건설사가 주택 건설 공사에 들어가면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것을 선분양이라고 한다. 건설사 입장에서 선분양을 하면 계약자에게 미리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쉬워진다. 하지만 계약자의 입장은 다르다. 혹시 건설사가 부도를 내거나 하면 계약자가 이미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때 공공기관이 분양보증을 해준다면 계약자는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국내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런 역할을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제
베트남 이어 카자흐스탄 도입
선분양 피해 없게 수요자 보호
인도네시아·콜롬비아와도 MOU

HUG는 이런 ‘한국형 선분양 시스템’을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고 있다. 사실 베트남·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 등에선 선분양이 낯설지 않다. 이런 나라들은 공기업이 분양을 보증하는 한국형 모델을 배우려고 하고 있다.
 
분양보증은 건설사의 부도나 파산이 발생하면 계약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거나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책임지는 것이다. 공급자 위주의 선분양으로 인해 혹시라도 손해를 볼 수 있는 주택 수요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다. HUG는 한국형 분양보증 제도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정착하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이재광 HUG 사장이 한국 주택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이재광 HUG 사장이 한국 주택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HUG는 1993년에 설립된 공기업이다. 현재 국내에서 30가구 이상 주택을 선분양하는 사업자는 HUG의 분양 보증을 받아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HUG는 설립 이후 지난 10월까지 602만 가구(약 1028조원)의 분양 보증으로 주택 공급을 지원했다.
 
권혁신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차장은 “분양보증제를 도입한 93년 70% 수준이던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빠르게 증가했다. 20년이 흐른 뒤 103%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사의 연쇄 부도를 경험했다. 이후 한국형 분양보증 제도의 도입을 검토했다. 2014년 카자흐스탄 국영기업인 바이테렉과 HUG는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카자흐스탄은 2016년 분양보증 관련법을 만들고 HUG처럼 분양보증을 책임지는 주택보증기금(HGF)을 설립했다. HGF는 지난 8월까지 60개 건설현장(사업장)에 약 6000억원의 분양보증을 제공했다. HGF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HUG는 보증심사와 리스크 관리 노하우 등을 제공했다.
 
오마르코자예프 HGF 이사회 의장은 지난 8월 HUG와의 화상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도 주택건설은 중요하다”며 “한국의 제도나 경험을 카자흐스탄 현실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카자흐스탄보다 앞서 한국형 분양보증 제도를 도입했다. 베트남은 HUG의 조언을 받아 분양보증 제도를 위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베트남은 2014년 11월 부동산사업법을 개정하고 2015년 7월에는 주택법을 제정했다. 현재 베트남은 중앙은행이 지정한 은행에서 분양보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HUG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콜롬비아와 한국형 분양보증 제도를 전수하는 MOU를 맺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성공한 경험을 발판으로 (해외에) 분양보증 컨설팅을 한다면 국내 건설사가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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