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대재해처벌법 수정안 논란
재계 반발에도 오너·CEO 처벌 유지
“가장 만만한 게 기업 또 증명된 셈”
노동계도 “법안 누더기 됐다” 비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원안과 정부 수정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근본적인 원인은 재해 발생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없더라도 ‘윗선’과 관련자를 형사처벌하면 산재를 줄일 수 있느냐에 대한 시각차에서 발생한다. 정의당과 민주노총 등은 책임자 처벌 강화는 기업이 필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이행의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 이 법안이 산재 발생 사업장의 경영자를 무조건 처벌하자는 법이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 사고 발생 5년 전부터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수사기관 등에 의해 3회 이상 확인됐을 때나, 사업주가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등 산재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을 때 경영자 책임을 묻도록 설계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민노총은 산재 사고 대부분이 종업원 50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 사업장에도 즉각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계도 일하다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재계는 실무자 부주의, 설비 고장 등 경영 활동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는 재해까지 기업주에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게 정당하냐고 항변한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법률 제정 목적이 정당하다는 것만으로 그 수단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중대재해,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위험방지 의무 범위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정부가 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위험의 외주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산업 현장에서 산재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불공정 거래의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은 거래 관행을 막는데 집중하지 않고, 기업주·공직자 처벌 강화 조치 위주로 접근하는 것은 원시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