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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못 노니 재수나 하자"…'코로나 재수' 빨라진다

중앙일보 2020.12.29 18:49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학생 강모(18)양은 최근 재수를 결심하고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 강양 제공]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학생 강모(18)양은 최근 재수를 결심하고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 강양 제공]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지난 23일)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재수 또는 N수를 선언하는 수험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올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고3생들이 적지 않은 데다, 내년 정시 모집이 늘어나는 제도 변화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재수생에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입시학원가의 분석이다.
 

“코로나 때문에 나태했다”…‘소신파 재수’
이번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치른 고3 학생 강모(18)양은 ‘소신 재수’를 선택한 경우다. 여전히 매일 오전 5시에 기상한다. 수능 성적 발표 전부터 2022학년도 수능을 준비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강양은 “이번 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정말 본인 의지가 있어야 공부할 수 있었다”며 “특히 학교가 아닌 집이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해야 했기에 친구들과 성적을 비교하거나 힘을 북돋워 줄 기회가 없어 나태해진 면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의대 진학이 목표라 수능에서 만점 받을 각오로 하고 있다. 어차피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독학할 계획이라 차라리 빨리 결단을 내리고 준비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2022학년도 수능 공부를 시작한 유모씨의 책상. [사진: 유씨 제공]

최근 2022학년도 수능 공부를 시작한 유모씨의 책상. [사진: 유씨 제공]

 
‘#공부 인증’ 해시태그 확산
고3 학생 이모(18)군도 최근 재수를 결심했다. 그는 “입시 상담을 해보니 지금 성적으로는 가고 싶은 대학에 지원할 수가 없더라. 괜히 정시 결과를 기다리며 시간 낭비를 하느니 바로 재수에 들어가자는 쪽으로 부모님과 얘기를 마쳤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재수·N수생들이 ‘#기상 인증’ ‘#공부 인증’ 등의 해시태그를 단 사진이 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부모들의 ‘재수 문의’가 지난해보다 30~40%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23일 이후 하루 상담 전화만 40~50통씩 온다. 지난 연휴에도 크리스마스가 무색할 정도로 상담 문의가 많았는데 지난해보다 훨씬 이르게 재수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차피 못 노니까 재수나 하자”
임 대표는 고3 학생들이 재수를 선택하게 된 원인에 대해선 “아무래도 코로나19로 혼란을 겪은 고3들이 스스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심리적 요인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주요 대학의 정시 인원이 확대되고 약대에서 1600명 정도 인원이 늘어나는 등 입시 환경이 달라져 고3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수에 들어간 학생들은 현역 때 발목을 잡았던 코로나19 상황이 오히려 도움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양은 “재수를 빠르게 결정한 편이라 주변에서 잘 모른다. 친구들이 수능도 끝났으니 놀자고 해도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간다’고 거절하는데 재수 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다시 수능 공부에 돌입한 대학생 유모씨도 “지금 선뜻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없어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군은 “학원에서 대면 수업을 못 하는 게 아쉽지만, 연말연시 분위기가 나지 않아 차라리 공부나 하자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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