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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참사 책임자 일부 실형…"솜방망이 처벌" 노동계 반발

중앙일보 2020.12.29 17:53
지난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 경기소방재난본부=연합뉴스

지난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 경기소방재난본부=연합뉴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 물류창고 참사 책임자 일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9일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단독 우인성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공사 건우 현장소장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같은 회사 관계자 B씨에게 금고 2년 3개월, 감리단 관계자 C씨에게 금고 1년 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금고(禁錮)형은 교도소에 있어도 노역은 하지 않는 형벌이다. 주로 과실범 등에 선고된다.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TF 팀장 D씨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사회봉사 400시간 명령을, 협력업체 관계자 E씨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시공사 건우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 형이 내려졌다. 다른 피고인 4명은 무죄를 받았다.
 
이천 물류창고 참사 현장. 연합뉴스

이천 물류창고 참사 현장. 연합뉴스

 
우 판사는 "산업현장에서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다수의 인명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며 "이 사건 건물에 대해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A·B·C씨, 그리고 기계실 통로(대피로) 폐쇄 결정을 지시한 D씨에게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우 판사는 "당시 공사 기간 단축을 시도해 위험을 가중한 A씨에게 더 무겁게 형을 정한다"며 "D씨는 시공사·감리단·건축사 사무소 등으로부터 의견을 취합해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 통로 폐쇄 결정을 했기 때문에 실형 선고를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등록 건설업을 운영하고 재하도급 제한을 위반한 E씨와 시공사인 건우 법인을 각각 벌금형에 처한다"고 했다.
 
지난 4월 29일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건설 노동자 등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A씨 등은 산업안전보건법상에 규정된 안전관리 수칙 등을 지키지 않고 일을 시키다 인부들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천 물류창고 참사 피해자 합동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이천 물류창고 참사 피해자 합동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이천 물류창고 참사 피해자 합동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6월 오전 경기도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뉴스1

이천 물류창고 참사 피해자 합동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6월 오전 경기도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뉴스1

 
경·검은 앞서 조사 결과 화재 현장 지하 2층에서 용접 작업 중 천장 벽면 우레탄폼에 불티가 튀어 불이 시작된 걸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지상 3층 승강기 부근 용접 작업 중 튄 불티가 승강기 통로를 통해 지하 2층 승강기 입구 주변 가연성 물질로 떨어져 화재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익스프레스가 결로를 막는다는 이유로 대피로를 폐쇄해 피해를 키운 점과 관련해선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며, 특히 행정관청에 법령 위반 여부를 문의하지 않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려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는 성명을 내 "이런 처벌로는 절대로 건설 현장에서의 중대 재해를 막을 수 없다"며 "발주처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경영 책임자가 책임을 지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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