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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연명치료 중인 '좀비기업'…진짜 위기는 내년에 온다

중앙일보 2020.12.29 17:28
“부실기업이 적어 보이는 건 착시효과다. 이익은 없고 대출만 살아있는 기업도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중 대출 만기연장 금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금융지원 중 대출 만기연장 금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부실 징후 중소기업은 줄었다. 채권은행이 3508개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올해 대기업 4곳, 중소기업 153곳 등 총 157개 기업이 부실징후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1년 전과 비교해 대기업은 5곳, 중소기업은 48곳 줄었다. 부실징후 중소기업 수가 줄어든 건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부실징후기업은 외부 자금지원 또는 별도의 차입 없이는 금융기관에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기업이다.
 
단순 수치만으로 보면 상황은 개선됐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체력이나 상황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전방위 금융지원이 숨통을 틔웠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코로나19 관련 금융권 유동성 지원 효과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떨어지고 회생 신청 기업 수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벼랑 끝에 선 기업이 간신히 명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정부가 주도한 금융지원 덕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지난 4일까지 시중은행‧제2금융권‧정책금융기관 등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개인 채무자 등에게 제공한 대출‧만기연장‧보증 등 금융지원 규모는 총 261조1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납입유예 조치가 '연명 치료'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금융권이 중기‧소상공인 등에게 만기를 연장해 준 대출 규모는 115조4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8월 14일 약 75조8000억원에서 4개월 만에 약 40조원 늘었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이자 납입 유예를 신청한 대출 원금은 약 2조3000억원으로, 납입을 미뤄 준 이자만 426억원인 것으로 달한다.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모인 자영업자들. 뉴스1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모인 자영업자들. 뉴스1

미뤄진 원리금 상황보다 더 큰 문제는 이자 유예 대상 기업 중 상당수가 한계기업이라는 데 있다. 영업으로 남긴 돈(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은 회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법인 2298곳 중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은 올 상반기 42.4%로 1년 전보다 5.1%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연체율도 금융지원이 유지되면 0.6~0.8%에머물겠지만 지원이 끝나면 1.05~1.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자를 갚는 것조차 버거워 금융지원으로 겨우 연명 중인 ‘좀비기업(3년 넘게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이 상당수인데, 금융지원이 끝나는 순간 (이들 기업에서 시작된 충격이) 정상적인 일반 기업까지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으로 적자 기업이나 유동성 위험‧상환불능 (자영업)가구 증가가 상당 부분 억제되고 있지만, 한시적 금융지원 조치로는 문제 해소에 한계가 있다”며 “이들의 재무상황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인지 상환불능 상태인지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에선 지금부터라도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연착륙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내년 3월 종료되는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연장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만일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 한계기업들은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도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버티던 부실기업의 위험이 금융권 전체의 부담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진행상황을 보면서 오는 1월부터 연착륙 방안을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경기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타이밍은 더 늦어질 수 있다”며 “다음 정부까지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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