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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금지법' 현실로…'사랑의 불시착' USB 보내도 처벌 가능

중앙일보 2020.12.29 17:18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에 전단뿐 아니라 정보를 담은 물품을 보내면 처벌할 수 있는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발효를 위한 절차가 29일 모두 마무리됐다. 일사천리로 입법을 완료한 정부는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관련 청문회를 막기 위한 대응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전자관보시스템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법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자결재를 통해 법을 재가했다. 주요 사안에 대한 대통령 재가는 통상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만, 전단금지법은 관보에 게재된 뒤에야 재가 사실이 알려졌다.

정부, 대응 TF 출범 "美 청문회 막자"

이와 관련, 청와대는 지난 24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사실상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핵심은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주도하는 미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전단법 청문회를 막는 것이라고 한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청문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무부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무부가 ‘청문회 개최가 한ㆍ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한다면 청문회 개최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려면 대미 채널을 적극 가동해야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무부 역시 전단법과 관련 “북한에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 계속돼야 한다”며 사실상 비판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가결되자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가결되자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청문회 개최 여부나 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속도를 낸다면 이르면 내년 1월 중 개최도 가능할 전망이다. 1월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점과 맞물릴 수도 있다. 임기 5년차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초기에 적극적 북핵 협의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에도 속도를 내기 위해 마음이 급한데, 전단법이 오히려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단이 문제라면서 DVD도 금지      

실제 복수의 대미 소식통들은 워싱턴에서는 전단법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풍선에 담아 날리는 전단’이 접경지역 주민들에 끼치는 위협에 초점을 맞추지만, 사실 미국과 국제인권단체 등 국제사회가 더 문제로 보는 건 전단 ‘등’이라는 것이다. 법이 전단 외에 ‘보조기억장치 등 물품,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까지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한국 드라마를 담은 USB를 보내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문제삼은 것도 전단이지 그 외의 물품은 아니며, 전단 살포를 하지 말자고 합의한 2018년 남북 간 판문점 선언에도 다른 물품에 대한 내용은 없다.  
외교 소식통은 “표현은 ‘물품’이지만 여기엔 USB나 SD카드, DVD도 포함되고 이는 곧 거기 담는 ‘무형의 정보’까지 막는다는 뜻”이라며 “미 국무부가 지원하는 대북정보 유입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이란 게 워싱턴의 시각이라 외교적 마찰 소지도 있는데, 정부가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표현의 자유 검열" 위헌 소송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법의 위헌성을 따지게 된다. 북한에 전단과 쌀 등을 보내온 북한이탈주민 및 북한 인권 단체들은 “근거 없이 과도한 제한을 규정한 법률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전검열”이라며 29일 오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장 법률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신청도 함께 냈다.
29일 대북전단금지법이 공포되자 북한 인권단체 등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한국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29일 대북전단금지법이 공포되자 북한 인권단체 등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한국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이와 관련,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는 있지만 ‘필요한 경우에 한해’라는 단서가 있다. 해당 법률이 이런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근거로 드는 대법원 판례도 마찬가지다. 풍선을 이용한 대북 전단 발송을 경찰에 제지당한 북한이탈주민이 이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은 “해당 행위가 인근 주민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므로 제지할 수 있고, 따라서 정부(경찰)가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민사 판례를 곧바로 형사적 처벌 조항 제정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무리다. ‘해당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와 ‘해당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다른 이야기라는 뜻이다.

전문가 "전단 보낸다고 징역? 과잉입법"  

익명을 요구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형벌과 관련한 법규는 문헌 해석이 매우 엄격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해당 판례에서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은 공공복리를 위해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이를 근거로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은 과잉입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에서 제한한 행위를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경우’라는 조건도 충족돼야 처벌 대상이 되므로 제한이 과도하지 않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어떤 경우에 위해나 위험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법에는 없다. 결국에는 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법이 집행될 우려가 있다.
도진기 변호사는 “위험할 때만 처벌할 것이라고 하는데, 위험의 종류는 여러가지이고 정도도 여러가지”라며 “근본적으로 처벌 행위에 대한 규정이 애매하면 형법 해석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혜ㆍ김다영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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