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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없애 해외 근로자 원격진료…민간 유전자 검사도 확대

중앙일보 2020.12.29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인하대병원 의료진이 수천㎞ 떨어진 재외국민과 비대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인하대병원]

인하대병원 의료진이 수천㎞ 떨어진 재외국민과 비대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인하대병원]

인천 중구의 인하대병원은 지난 9월 18일부터 재외국민에게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첫 환자는 한국에서 수천㎞ 떨어진 중동 지역 파견 근로자 A씨였다. 당시 A씨의 근무지 주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졌다.
 

복지부, 의료현장 불편 적극 해소
암·치매 새 치료법 적용 길 열어
건강보험증도 스마트폰에 저장

A씨는 현지 병원에 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막연한 불안함에 시달리던 그는 인하대병원에 비대면 상담을 요청했다. 의료진은 A씨에게 코로나19 의심 증상 등을 상세히 알려줬다. 그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고 나중에 검사한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인하대병원에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받은 재외국민들은 50여 명이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질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의료법은 원격의료 행위를 철저히 막아왔다. 섬마을 진료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만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달라졌다. ▶병원 내 감염 우려를 차단하고 ▶코로나19 유행 지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서도 원격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의료법을 고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국무총리실 산하 적극행정위원회를 거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달까지 전국 8480개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처방은 108만 건(누적)에 이른다.
 
‘소비자 직접 의뢰’(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도 적극 행정의 예다. DTC 검사를 활용하면 검사기관이 보내준 유전자 검사 키트로 소비자가 집에서 각종 질환의 발병 가능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검사는 그동안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4년 전에는 민간에서도 할 수 있게 규제를 풀었다.
 
초기에는 검사할 수 있는 항목이 혈압·혈당 등 12종류에 그쳤다. 복지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검사 가능 항목을 70개로 늘렸다. 검사 항목은 불면증과 퇴행성 관절염, 알코올 의존도 가능성 등 다양하다. ‘규제 샌드박스’(한시적 규제유예)를 활용해 각종 암 검사도 할 수 있게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유전자 검사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다. 2024년에는 117억9000만 달러(약 12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복지부는 신의료기술 평가에 관한 규칙도 고쳤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축적된 연구 결과가 없다 보니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하기까지 절차가 까다롭다. 정부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안정성을 확보한 경우에는 우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뒤 나중에 다시 평가하기로 했다. 암이나 뇌혈관 질환은 물론 치매와 중증 만성질환에도 신의료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복지부는 43년간 종이로 발급해온 건강보험증을 스마트폰 속으로 집어넣었다. 한 달에 최대 622만원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가 65세 이상 장애인에게는 끊기는 문제도 개선했다.
 
복지부는 규제혁신을 조직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토론장(역지사지 규제혁파 토론장)도 운영하고 있다. 양성일 복지부 제1차관은 “코로나19 대응뿐만 아니라 경제·산업·민생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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