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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보 아빠' 오준호 "보스턴 다이나믹스 맞먹는 기업 키울 것"

중앙일보 2020.12.27 17:11
휴보 아버지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휴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이 2003년 나온 KHR-2, 오른쪽이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에서 첫 공개돼 세계적인 화제가 된 알버트 휴보다. 프리랜서 김성태

휴보 아버지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휴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이 2003년 나온 KHR-2, 오른쪽이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에서 첫 공개돼 세계적인 화제가 된 알버트 휴보다. 프리랜서 김성태

 ‘휴보 아빠’가 코스닥 상장 로봇기업의 최고기술경영자(CTO)로 변신을 준비한다. 2002년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혼다 아시모 다음으로 인간형 로봇 휴보를 탄생시킨 오준호(66) KAIST 교수 말이다. 오 교수가 8년 전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달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금융감독원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절차대로라면 내년 1월 하순 경 상장될 전망이다. 오 교수는 지난 2월 KAIST 현직 교수직에서 은퇴했다. 지금은 일종의 계약직인 석좌교수 신분이다.  
 

K로봇 상징 '휴보 아빠' KAIST 오준호 교수
내년 1월 코스닥 상장사 경영 꿈꾼다

오 교수의 ‘아들’휴보는 2002년 ‘KHR-1’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세월이 흘러, 휴보는 아인슈타인의 얼굴로도, 또 다른 모습으로도 진화했다. 세계 로봇 챌린지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로 휴보는 어떻게 됐는지, 한국 로봇은 어디까지 진화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적다. 현대차가 세계 최고 로봇기업인 미국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온지 며칠 후인 지난 18일 대전 KAIST 본교의 휴보랩을 찾았다. 그는 여전히 각종 로봇들에 둘러싸여 연구를 하고 있었다.
오준호 교수가 개발 중인 유압식 4족 보행 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준호 교수가 개발 중인 유압식 4족 보행 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은퇴하신 것 아닌가.  
“지난 2월에 공식 은퇴했다. 하지만 3월부터 3년 계약 형태의 석좌교수 신분으로 지내오고 있다. 제자를 가르치는 건 접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프로젝트로 로봇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각종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움직일 때 전기모터가 아닌 유압펌프를 이용한다. 뛰고 구르며 각종 재주를 부리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이 바로 유압식이다. 유합형의 장점은 큰 출력을 낼 수 있다는 거다. 사람의 근육을 모사하는데 가장 적합한 기술이기도 하다. ”
 
휴보는 한때 세계가 주목하던 인간형 로봇이었다. 그간 어떤 진전이 있었나. 유튜브를 보면 보스턴 다이나믹스 로봇들의 진화 속도가 놀랍다.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2015년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로봇챌린지에서 DRC-휴보가 보스턴 다이나믹스 로봇들을 모두 제치고 우승하는 쾌거를 올렸다.  하지만 현재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기술격차는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큰게 사실이다. 석ㆍ박사 학생들을 데리고 글로벌 로봇기업들과 경쟁하기엔 중과부적이다. 프로페셔널이 모여있는 민간기업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측면이 있다. ”
오준호 교수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 로봇처럼 유압식으로 움직이는 휴먼 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준호 교수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 로봇처럼 유압식으로 움직이는 휴먼 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앞으로 휴보와 휴보랩은 어떻게 되는건가. 그간 한국과 KAIST를 대표하는 인간형 로봇 아니었나.
“휴보랩(공식명 인간형 로봇연구소)은 후배 교수들이 여전히 이어간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4족 보행로봇 치타를 연구하던 박해원 박사가 KAIST 교수로 임용돼 현재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올 3월에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에서 로봇 인공지능을 연구한 황보제민 박사도 휴보랩에 합류했다. 휴보랩의 로봇연구는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다. 지도 학생들도 이 두 분 교수가 물려받았다. 휴보랩에는 현재 박사ㆍ석사 과정 학생들이 각각 10명씩 있다.”
 
이후 계획은.  
“이미 교수로서 연구개발 뿐 아니라 2012년 교원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CTO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휴보랩 박사 출신 4명을 포함 총 4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간 흔히 로봇팔로 불리는 협동로봇, 인간형 로봇, 4족 로봇 뿐 아니라, 천체망원경 부품까지 생산해오고 있다. 아직 적자를 면하진 못하고 있지만, 올해 매출은 50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수익을 내기 위해 협동로봇에 주력하고 있지만, 보스턴 다이나믹스에 맞먹는 토종 로봇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덩치도 키울 계획이다. 지난 11월 금감원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내년 1월20일 쯤 상장기업이 될 것이다. ”
 
오준호 교수가 대전 KAIST 문지 캠퍼스 옆에 자리잡은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천문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별관측은 오 교수의 취미이지만, 어느덧 일도 취미로 발전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는 천체망원경 부속품도 생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준호 교수가 대전 KAIST 문지 캠퍼스 옆에 자리잡은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천문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별관측은 오 교수의 취미이지만, 어느덧 일도 취미로 발전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는 천체망원경 부속품도 생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보스턴 다이나믹스도 아직 돈을 벌기엔 시간이 걸려 보인다. 구글과 소프트뱅크를 거쳐 현대차까지 왔는데, 교수님이 생각하는 로봇의 미래는 뭔가.
 “사실 인간형 로봇은 아직 판타지다. 상업용으로는 거리가 멀다. 우주탐사나 재난현장 등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기술력의 상징을 보여주는 측면이 크다. 그간 휴보를 발전시켜온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로봇에는 크게 4가지 영역이 있다. ▶자동차 공장 등의 산업로봇이나 협업로봇 ▶택배 상하차 같은 단순노동이나 위험한 움직임을 대신하는 로봇 ▶로봇청소기나 페퍼 같은 소셜로봇 ▶수술이나 무기용으로 쓰는 전문로봇이 그것이다. 다 필요하긴 하지만 나는 사실 소셜로봇엔 관심이 없다.”  
 
대전=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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