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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리뷰&프리뷰③] 이강철, "우승 도전? 팀 재정비부터 다시 시작"

중앙일보 2020.12.27 17:07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이강철 KT 감독. 이 감독은 식사 때 외엔 마스크를 벗지 않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중앙포토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이강철 KT 감독. 이 감독은 식사 때 외엔 마스크를 벗지 않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중앙포토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54) 감독은 "돌이켜 보면 정말 힘든 시즌을 보냈다. 그래도 끝이 행복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라며 웃었다. 정말 그랬다. KT는 올 시즌 어렵게 출발했다. 5월까지 7위(10승 13패), 6월까지 8위(21승 27패)로 처졌다. 이 감독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선수들이 처음으로 순위 경쟁을 해보면서 많이 성숙해졌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 투타 밸런스가 너무 안 맞았다. 점수를 많이 내도 불펜 난조로 매번 승리가 날아가니, 다들 너무 힘들어했다"고 떠올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배가 침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감독은 불펜 필승조 주권(올해 홀드 1위)을 불렀다. "이기는 게임에는 무조건 네가 나갈 수밖에 없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주권은 "무조건 할 수 있다. 언제든 내보내달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KT의 상승세가 시작됐다. 7월 성적 15승 1무 6패로 월간 1위에 올라 반등했다. 시즌이 다 끝나가던 9월엔 월간 19승 7패를 기록해 전체 2위까지 올라섰다.
 
KT는 그렇게 정규시즌 144경기를 81승 1무 62패(승률 0.566)로 마쳤다. 최종 순위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다.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팀만 빛난 게 아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멜 로하스 주니어)와 신인왕(소형준)을 동시 배출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상자(1루수 강백호, 3루수 황재균, 외야수 로하스)가 나왔다. 이 감독은 "야수들이 끝까지 꾸준히 잘해줬다. 또 불펜에서 주권을 필두로 유원상, 이보근, 조현우, 김재윤, 하준호 등이 돌아가면서 제 몫을 했다. 내가 우리 팀 일등공신으로 '팀 KT'를 꼽은 이유"라고 했다.
 
격세지감이다. KT는 2015년 1군에 진입한 이래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2018년에도 9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처음으로 승률 5할을 달성하면서 6위까지 올라섰다. 올해는 마침내 5강 진입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KT 최고의 해'를 이끈 이 감독은 그런 이유로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정말 많다"고 했다.
 
그 중 으뜸은 코치진과 전력분석팀, 데이터팀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 내내 경기 전엔 밥도 거의 먹지 못할 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때 코치들이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각자 자기 할 일에 충실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전력분석팀과 데이터팀이 늘 최상의 능력으로 선수들을 도운 것도 반드시 언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이강철 KT 감독. 이 감독은 식사 때 외엔 마스크를 벗지 않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중앙포토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이강철 KT 감독. 이 감독은 식사 때 외엔 마스크를 벗지 않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중앙포토

 
이 감독은 또 "전임 감독님들, 특히 초대 사령탑인 조범현 감독님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모든 게 서툰 신생팀 시절, 열악한 상황에서 남해를 돌아다니며 너무 고생하셨다고 전해들었다. 그때 감독님께서 팀 토대를 잘 닦아주신 덕에 내가 지금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인사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무사히 이겨낸 선수들의 단합력에도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한 시즌 내내 팀을 위해 외출도 자제하고 방역 수칙을 잘 지켜줬다. 주장 유한준은 외부인을 자주 만나는 구단 직원조차 라커룸에 못 들어오게 할 정도로 철저하게 선수단을 관리했다. 선수 모두 하나가 돼 건강을 조심했고, 그 덕에 우리가 한 시즌을 완주하고 좋은 성적까지 냈다"고 고마워했다.
 
KT는 이제 '만년 꼴찌팀'에서 '정규시즌 2위팀'으로 올라섰다. KT를 향한 팀 안팎의 기대치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이 감독은 내년 시즌 이야기가 나오자 "지금은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도약'이 아니라 '재정비'를 할 시기라는 거다. 이 감독은 "올해 1차 목표였던 5강 진입을 넘어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여기서 들뜨면 안된다. 팀 재정비를 확실하게 해서 안정적으로 5강권을 지킬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적을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목표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의미다. 일찌감치 재계약을 끝낸 이 감독은 팀을 강하게 만들 3년의 시간을 더 보장받았다. 이 감독은 "2021년에 팀을 잘 갖춰 놓아야 더 좋은 2022년, 2023년을 보낼 수 있다. 내년엔 변함없이 성적에도 신경을 쓰되, 더 멀리 내다 보고 더 오랫동안 강할 수 있는 팀으로 다지려고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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