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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쪽 증거기록 내고도…'윤석열 정공법' 못 이긴 법무부

중앙일보 2020.12.27 16:35
법무부 측 변호인 이옥형 변호사(왼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측 변호인 이석웅 변호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 집행정지 재판 2차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측 변호인 이옥형 변호사(왼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측 변호인 이석웅 변호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 집행정지 재판 2차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의 효력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측이 징계 사유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윤 총장 측은 "징계 사유와 절차 모두 적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정공법으로 완승을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판부 "법무부 측 징계 사유 소명 안 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의 징계 집행정지 인용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윤 총장의 징계 사유의 대부분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측은 1500쪽 분량의 증거기록을 제출했다. 이는 윤 총장 측 550쪽보다 3배가량 많은 양이다.
 
재판부는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징계 사유가 인정되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문건의 구체적인 작성 방법과 경위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 문건이 재판부를 공격·비방할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주장한 것은 현재까지 제출한 소명 자료만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채널A 수사 방해 혐의와 관련해서는 "윤 총장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한 것과 그 위임을 철회한 행위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범위 내로 보인다"며 "소명이 부족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의 '국민 봉사' 발언도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발언에 대해 정치를 통한 봉사뿐 아니라 다른 공직 수행을 통한 봉사, 일반 자원봉사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 측 변호인 역시 최선을 다했겠지만, 애초에 징계위원회의 징계 사유나 절차에 하자 있어 변론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법무부 측 이옥형 변호사는 집행정지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주로 내세웠다. 이 변호사는 24일 2차 심리가 끝난 뒤 "(윤 총장의 직무 유지가) 공공복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행정소송법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를 집행정지를 허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윤 총장 측 징계 절차·사유 위법성 강조 '정공법'

행정법원의 검찰총장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따라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법원의 검찰총장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따라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총장 측은 "징계 절차와 사유 모두 적법하지 않다"며 정공법으로 맞섰다. 재판부의 인용 결정을 끌어낸 승부처는 징계 절차의 위법성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징계위원 기피 신청과 의결 과정에서 검사징계법이 정한 의사정족수를 갖추지 못해 "징계위 자체가 무효"라는 윤 총장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에서 채널A 사건 수사에 관여한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김관정 동부지검장,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등의 진술서에 대한 사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결국 본안에서 이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가 집행정지 신청 기각을 노리고 중징계가 아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대비했다. 윤 총장 측은 재판부의 요청으로 제출한 답변서에서 "본안 소송이 4개월 안에 끝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며 "윤 총장의 임기가 7개월 정도 남아있어 1심 판결이 4개월 이내에 선고된다고 하면 그때부터 정직 2개월 처분이 집행될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법원에서 징계 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윤 총장 측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징계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 준비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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