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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내 말이 X 같냐"...'쌍욕 대상' 받은 올해의 갑질 사장님

중앙일보 2020.12.27 16:00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갑질금지법' 시행 1년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뉴스1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갑질금지법' 시행 1년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뉴스1

"팀원 중 한 명씩만 돌아가며 화장실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10분 이상 다녀오면 안 되고요. 변비라도 있으면 회사에 '변비 있으니 5분만 더 달라'고 말을 해야 허락해 줬습니다(직장인 A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대표가 '열정이 없는 자는 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없다'며 무임금 노동을 강요했습니다(직장인 B씨)."

 
올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접수한 직장 내 '갑질 사례' 중 일부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e-메일로 접수한 갑질 사례 2849건 중 '2020년 10대 갑질 대상'을 선정해 27일 발표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인에게 2020년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 19가 '만능 치트키'가 돼 연차 강요, 무급 휴직, 해고 협박으로 한 해를 보냈다"며 "직장 내 괴롭힘금지법을 시행한 지 1년 5개월이 넘었지만, 사장과 상사의 폭행·폭언·모욕·명예훼손·부당지시·따돌림·성희롱이 직장인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갑질 사례에 따르면 한 회사는 매달 야외활동 명목으로 1박 2일 동안 회장 별장에서 울타리 공사, LED 전등 교체, 세면대 수리, 비데 설치 등을 지시했다. C씨는 "회사가 예전에도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당했던 적이 있다고 들었다. 이후 다시 잠잠해지니 회사 직원에게 업무와 무관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원에게 폭언하며 모욕을 준 사장에겐 '쌍욕 대상'을 줬다. 직장인 D씨가 공개한 사장 폭언 녹취록에는 "야 너 장난하는 거 같아 지금? 응? 여기 놀러 나와 이 XX. 여기 놀러 나와 여기? 야? 말해봐. 왜 안 하는데 말이 XX 내 말이 X 같냐?"라는 폭언이 생생하게 담겼다. D씨는 지난 8월 "너무 무섭고 더는 회사에 다닐 수 없어서 퇴사하려고 한다"며 사연을 제보했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 갑질 및 비리 신고센터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 갑질 및 비리 신고센터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뉴스1

 

'5인 미만' 사업장 처벌 조항 없어

회사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조해 수당을 주지 않고, 계열사 업무를 지시한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E씨는 "단체 카카오톡만 해도 직원이 10명 이상 있고, 전 직원이 모여 회의와 회식도 했다"면서 "그러나 서류상 5인 미만으로 되어 있어 각종 수당을 주지 않았다. 업무지원이라며 세차장·카페 등 계열사 일까지 시켰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조항이 없어 사장이나 상사가 사장이 온갖 폭언을 해도 노동청에 신고하러 갔던 여직원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며 "사장 친인척, 원·하청 관계, 아파트입주민 등 사회 통념상 상당한 지위를 가진 '특수관계인'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갑질 금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월급 인상, 수당 및 인센티브 지급 약속 무시 ▶동의 없이 CCTV 설치해 직원 감시 ▶여직원에게 성희롱, 외모 비하 ▶여직원에게 개인적 만남 요구하며 성추행 시도 등 다양한 갑질을 10대 사례로 선정했다.
 
직장갑질119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폭행과 폭언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간다. 월급 떼먹는 사장은 직원들을 믿지 못해 CCTV를 설치해 불법으로 감시한다"면서 "평소 근로계약서를 안 쓰고, 4대 보험 가입도 안 시키고, 연차휴가를 안 주는 회사는 코로나 19를 악용해 온갖 불법을 저지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갑질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사업장 중 노동부 조사에서 사실을 확인한 회사에 대해 '불시' 근로 감독을 하면 된다"며 "간호사에게 선정적 장기자랑을 강요했던 한림대성심병원도 특별근로 감독에서 수많은 노동법 위반을 발견한 것처럼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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