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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 가만히 앉아 폭탄"…서초구, 재산세50% 환급강행

중앙일보 2020.12.27 15:00
서울시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도 불구하고 서초구가 28일부터 ‘공시가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를 대상으로 구(區)분 재산세 50%를 환급하는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인한 주민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는 게 시급한 데다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구의 조례 효력이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1가구 1주택자, 가만히 앉아 세금 폭탄 맞아” 

지난 1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27일 오전 구세분 재산세 50% 환급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조 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지난 1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27일 오전 구세분 재산세 50% 환급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조 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27일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초구가 28일부터 재산세 환급 절차를 시작한다”며 “주민에게 환급신청서가 동봉된 환급 안내문을 발송하고, 10일간의 공지 기간을 거친 뒤 내년 1월 7일부터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환급신청서와 개인정보처리활용 동의서를 우편, 팩스(2155-6566), 카카오톡 등으로 받을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는 이 정책을 위법하다고 판단해 지난 10월 30일 대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조 구청장은 서울시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도 불구하고 재산세 환급을 강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 거론될 정도로 코로나19가 심각해 주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서울시 전체 재산세는 지난 3년간 52%, 서초구는 72%나 급등했다”며 “평생 돈 모아 집 한 채 겨우 마련해 팔 생각도, 세(貰) 놓을 생각도 없는 1가구 1주택자가 가만히 앉아서 세금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 조례 공포 적법…집행정지 전까진 유효”

조은희 서초구청장. [사진 서초구]

조은희 서초구청장. [사진 서초구]

 서초구는 또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세 환급 내용을 담은 조례는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애당초 지방세법에 재산세 환급과 관련한 근거가 있는 데다 구 의회에서 적법하게 가결·공포돼 효력이 발생한 자치법규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세법 제111조 3항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재해 등의 발생으로 재산세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표준세율의 50%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조 구청장은 또 “여당과 정부는 서초구 정책을 비난하면서도 이를 벤치마킹해 내년부터 3년간 ‘6억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를 최대 50%까지 단계적으로 감경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며 “그러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2093만원(KB국민은행, 10월 기준)인 만큼 6억~9억원 사이 아파트는 재산세 폭탄을 맞아야 할 고가 아파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절차상 하자” VS “서울시 세금 8000억원 증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10월 국회 행안위,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안의 절차상 하자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다. [연합뉴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10월 국회 행안위,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안의 절차상 하자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다. [연합뉴스]

 한편 서울시는 “재산세를 감경하겠다는 서초구의 취지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법적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지방세법에 없는 ‘공시가 9억원 이하’라는 과세표준 구간을 임의로 신설한 것은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조세법률주의란 조세의 부과·징수는 반드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서울시는 서초구가 서울시의 재의 요구를 무시하고 조례를 공포한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재의란 지자체 의회에서 의결한 사안을 다시 심사·의결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법 제172조 1항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재의를 요구하면 재의를 요구받은 지자체장은 20일 이내에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서초구는 지난 10월 7일 서울시로부터 재의요구를 받고도 10월 23일 조례를 공포한 바 있어 적법한 조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 구청장은 그러나 “내년에도 서울시의 재산세·취득세가 8000억원 증가하는 등 세금풍년이 예상되지만 서울시민의 세금 부담은 가중하고 있는 상황”며 “정부·여당이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에 대해 재산세 감경하면서 공시가를 대폭 상향하면 결국 재산세 감경은 실질적 혜택이 없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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