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보석으로 읽는 드라마 '펜트하우스' 관전법

중앙일보 2020.12.27 15:00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63)

'펜트하우스'에서 천서진은 반지뿐만 아니라 립스틱도 늘 핏빛 빨간색을 바르고, 빨간색 의상도 즐겨 입는다. [사진 SBS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펜트하우스'에서 천서진은 반지뿐만 아니라 립스틱도 늘 핏빛 빨간색을 바르고, 빨간색 의상도 즐겨 입는다. [사진 SBS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보석은 땅속 깊은 곳에 박혀 있던 돌덩이지만, 크기보다 가장 값비싼 평가를 받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의 보석은 팥알 크기보다 더 작아도 보석상이나 경매에서 수억 원, 아니 수십억 원이 넘는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된다. 그런 작은 돌덩이가 과거에는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선 누구에게나 널리 애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석은 부자나 상류사회를 연상시키는 데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라는 서울 강남 삼성동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헤라팰리스에서 벌어지는 부동산과 교육 전쟁을 그린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안주인들도 하나같이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다.
 
100층 펜트하우스에 사는 재벌가 출신의 심수련(이지아 분), 타고난 금수저에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온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천서진(김소연 분), 상류사회 입성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오윤희(유진 분),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자는 게 인생 모토인 졸부이자 유제니의 엄마 강마리(신은경 분) 등. 그들이 걸치고 있는 귀걸이, 목걸이, 반지 등은 회를 거듭할수록 이야기와 사건의 모티브로 곳곳에 등장한다.


빨간색 루비 반지

강렬한 빨간색 루비가 세팅된 반지는 자신이 반드시 세상의 중심이어야 하고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는 끝없는 욕망에 눈이 먼 천서진과 그대로 닮았다. [사진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캡처]

 
가장 핵심소재로 등장하는 보석이 루비다. 심수련(이지아)은 자신의 친딸 민설아를 알아보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떠나 보낸다. 자살로 위장된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극이 바로 이 드라마의 기둥 줄거리다. 심수련은 루비 반지의 주인인 천서진(김소연)이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딸이 추락사하던 날, 얼굴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딸을 밀며 협박하던 범인의 손에 빨간색 루비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천서진은 사건 후 루비 반지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하지만 심수련이 쓰레기더미를 뒤져 찾아낸 루비 반지가 다시 천서진에게 배달된다. 루비 반지를 본 천서진은 공포에 치를 떤다.
 
루비 반지의 비밀은 곧 밝혀지겠지만, 그걸 떠나서라도 펜트하우스에서 빨간색 보석 루비는 천서진과 묘하게 어울린다. 우선 강렬한 빨간색 루비가 세팅된 반지는 자신이 반드시 세상의 중심이어야 하고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는 끝없는 욕망에 눈이 먼 천서진과 그대로 닮았다. 천서진은 반지뿐만 아니라 립스틱도 늘 핏빛 빨간색을 바르고, 빨간색 의상도 즐겨 입는다.


알알이 흩어진 진주 목걸이

부부싸움을 하던 천서진은 화가 나 자신의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를 거칠게 내팽개친다. 이 장면이 파경의 암시였다. [사진 SBS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부부싸움을 하던 천서진은 화가 나 자신의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를 거칠게 내팽개친다. 이 장면이 파경의 암시였다. [사진 SBS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펜트하우스에는 심수련, 천서진 외에도 수많은 커플의 인연과 악연이 뒤엉켜 있다. 심수련(이지아)·오윤희(유진)의 공모, 오윤희(유진)·하윤철(윤종훈)의 아련한 첫사랑, 배로나(김현수)·주석훈(김영대)의 풋풋한 설렘…. 이외에 천서진(김소연)·하윤철(윤종훈) 커플도 줄거리의 중심축이다. 둘은 천서진이 천적인 오윤희의 남자를 유혹해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이 커플은 서로 불륜을 의심하면서 다툼이 잦아진다.
 
화장대 거울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천서진은 화가 나 자신의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를 거칠게 내팽개친다. 이 장면이 파경의 암시였다. 천서진이 목걸이를 집어 던지자 진주목걸이는 알알이 흩어지며 방안 전체로 튕겨 나갔는데, 마치 그들의 돌이킬 수 없는 관계를 보여주는 듯했다. 부부는 결국 이혼하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진주목걸이를 드라마의 주요한 갈등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머리핀

부정과 불의가 난무하는 펜트하우스라는 ‘미친 세상’을 무너뜨리는 정의의 사자로 한 줄기의 빛 같은 보석이 등장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사진 SBS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부정과 불의가 난무하는 펜트하우스라는 ‘미친 세상’을 무너뜨리는 정의의 사자로 한 줄기의 빛 같은 보석이 등장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사진 SBS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펜트하우스란 드라마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펜트하우스 주민들의 자녀는 공통으로 청아예고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고등학교 1학년생들의 폭력(언어폭력 포함), 협박, 따돌림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졸부 엄마 강마리(신은경)는 딸 유제니를 ‘공주님, 공주님’이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는데, 어느 날 유제니의 머리핀이 학교에서 분실되는 도난사건이 발생한다. 아빠가 두바이에서 보내줬다는 그 머리핀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고 워낙 고가의 물건이 없어지자 담임 선생님은 같은 반 모든 학생의 소지품 검사를 하게 된다. 고등학생의 물건으로는 비현실적이며 극단적이 아닐 수 없지만, 긴장을 증폭시키는 극적인 모티프로 다이아몬드를 소환한 것이다.
 
숱한 비판적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순간 최고 시청률 26.2%, 전국 시청률 23.3%를 돌파한 펜트하우스는 이제 결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또 어떤 보석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주얼리인으로서 이번에는 부정과 불의가 난무하는, 펜트하우스라는 ‘미친 세상’을 무너뜨리는 정의의 사자로 한 줄기의 빛 같은 보석이 등장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민은미 민은미 주얼리 마켓 리서처 필진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 주얼리가 좋아서 주얼리회사에 다녔다. 명품회사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18년간 일했다. 주얼리는 소중한 순간을 담는 물건이다.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인생 여정과 함께 해온 주얼리가 있다. 주얼리 박스는 누구에게나 설렘을 안겨준다. 나를 빛나게, 세상을 빛나게 만드는 주얼리 이야기. 창 넓은 카페에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차 한 잔 같이 하는 마음으로 나누고 싶다.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