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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변종 퍼지는데…바이러스 유전체 분석에 소홀한 한국

중앙일보 2020.12.27 11:59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걷고 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영국과 전 세계에서 엄격한 봉쇄 조치를 촉발한 코로나19 변종의 첫 사례를 확인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걷고 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영국과 전 세계에서 엄격한 봉쇄 조치를 촉발한 코로나19 변종의 첫 사례를 확인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영국과 남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이 세계 곳곳으로 퍼지면서 지구촌이 긴장하고 있다.
 

각국 변종 확인 위해 유전체 분석
한국, 방글라·콩고·태국보다 적어
분석한 것도 제때 공개하지 않아
정보 공개해야 국제 공조 가능해

각국은 영국·남아공발(發) 여행객 입국을 거부하는가 하면 변종 확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바이러스 전장 유전체(whole-genome sequencing)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돌연변이 존재를 확인하려면 바이러스 전체, 즉 전장 유전체(게놈)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게놈 분석 데이터를 학계에 공개해야 변종의 전파 상황을 파악해 확산 차단을 위한 각국 전문가들의 공조도 끌어낼 수 있다.

 
PCR(중합 효소 연쇄반응)법은 유전자 일부만 분석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존재만 파악할 수 있다.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국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국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과 데이터 공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교토대학 첨단 생명·의과학연구소 후루세 유키 연구원은 최근 '감염병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투고해 최근 채택된 논문에서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 현황을 비교했다.
 

9월 기준 한국 분석량 세계 33위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논문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바이러스 게놈을 100개 이상 분석해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 기구(GISAID)'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국가는 모두 49개 나라였다.

당시 모두 9만3917개 게놈이 분석됐으며, 영국이 38.9%, 미국이 22.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논문에서 한국의 게놈 분석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200개 정도로 49개 국가 중 33위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이 분석한 게놈 숫자는 주요 선진국은 물론, 방글라데시·태국·콩고민주공화국(DRC)보다 작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분석 성과 국가별 비교. 자료:감염병 국제 저널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분석 성과 국가별 비교. 자료:감염병 국제 저널

 
논문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대비 게놈 분석 비율도 분석했는데, 아이슬란드는 확진자 수의 30%에 해당하는 숫자의 게놈을 분석·공개해 가장 높은 비율은 나타냈다.
확진자 세 명 가운데 한 명꼴로 바이러스 게놈을 분석한 셈이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도 확진자 대비 10% 이상의 바이러스 게놈을 분석, 공개했다.
한국은 49개국 가운데 중간 수준이었다.
 

데이터 공개 노력 49개국 중 꼴찌

지난 6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남서부 에드에 위치한 '아프리카 감염병 유전체 연구센터'에서 책임자인 크리스챤 하피 교수 유전자 분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남서부 에드에 위치한 '아프리카 감염병 유전체 연구센터'에서 책임자인 크리스챤 하피 교수 유전자 분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후루세 연구원은 여기에 각국의 데이터 공개 의지도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비교했다.
 
'비율(Fraction)'의 경우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명에 도달했을 때 분석된 게놈 수를 말하는데, 영국·미국·호주·아이슬란드 등은 처음 1000건을 수집하기 전에 이미 절반 이상에 대해 분석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기도 전에 이미 바이러스 게놈 분석을 마친 경우도 있었다.
 
한국은 확진자가 1000명에 도달할 때까지 104개 게놈을 분석, 중간 수준인 24위를 기록했다.
 
'적시성(Timeliness)'은 국가별 확진자가 1000명에 도달했을 때 공개한 게놈의 숫자를 말하는데, 아이슬란드와 네덜란드, 콩고민주공화국은 해당 시점에 각각 100개 이상의 게놈을 발표했다.
104개를 분석했다는 한국은 겨우 2개만 공개해 29위에 머물렀다.
 
마지막으로 '개방성(Openness)'에서는 유전자 시료 수집과 게놈 분석 데이터 공개 사이의 시간 차이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각 국가에서 처음 100개에 대해 시간 차이의 중앙값(중앙 일수)을 계산한 결과, 네덜란드·미국·아이슬란드·영국에서는 시료 수집 후 2주 이내에 게놈 분석 결과를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4개월 이상 지연된 131일이나 걸려 49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한국은 100일 이상 지연된 3개국 중 하나였다.
 

정부 "외국보다 낮은 수준 아니다" 주장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후루세 연구원은 "개방성을 평가할 때 미공개 데이터양을 알 수 없어 대신에 시료 수집과 데이터 제출 사이의 시간 차이를 사용해 데이터를 공개하려는 의지를 측정했다"며 "전반적으로 미국·아이슬란드·네덜란드·영국·호주 등이 세 가지 지표에서 앞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게놈 분석 데이터의 품질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콩고 민주 공화국과 브라질·세네갈·인도·태국 등 일부 저·중간 소득 국가 노력과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전 세계 수준에서 분석 능력을 강화한다면 지금의 코로나19 대유행이나 향후 바이러스 질병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루세 연구원의 논문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지난 3월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마련한 "국내 발생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장 유전자 정보 생산' 연구 용역 계획서에서도 드러난다.
 
연구 용역 수행 4개월 동안 1억600만 원의 예산으로 바이러스 게놈 120건을 분석, 특성을 파악하는 내용이었고, 게놈 분석 결과는 별도로 의뢰 1주일 이내 제출하라고 조건이 붙였다.
결과적으로 질병관리본부가 분석 데이터를 제출받고도, 제때 공개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게놈 분석 누적 건수는 1631건으로, 절반은 데이터를 공개했고 나머지도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라며 "외국보다 확진자 규모가 작기 때문에 외국과 비교할 때는 분석 건수가 아닌 확진자 수 대비 분석 비율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19 전장 유전체 분석은 전체 확진자 대비 평균 5% 내외로, 24일 기준으로 GISAID에 등록된 각국의 전장 유전체 건수는 기준 미국 0.3%, 영국 6.5%, 일본 4.6%에 비교하여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 "너무 폐쇄적" 지적

22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사 시작 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22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사 시작 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는 공유해야 하는데, 한국이 너무 폐쇄적이다", "질병관리청이 외부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질병관리청도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을 공개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한국과 주변 국가의 변이 발생 추이와 감염 유입 패턴 등 변종 바이러스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공개 안 하면, 지금의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다른 전염병에도 최대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하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영국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특성에 대해 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게놈을 분석, 공개했기 때문에 영국 전문가뿐만 아니라 홍콩대학 연구팀까지 신속하게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찬수·황수연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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