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인 창작자 키우는 공유 오피스, '로컬스티치'의 공간 실험

중앙일보 2020.12.27 11:03
공간을 빌려 꾸미고, 작은 사무실을 원하는 사업자들에게 공간을 쪼개 재임대하는 공유 오피스는 흔히 부동산 임대업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사를 상대로 전문적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전문적 컨설팅 시스템으로 성장을 돕는 ‘엑셀러레이팅’을 시도하기도 한다. 사무실을 만든 후 입주사를 받는 게 아니라 입주를 원하는 기업의 업종·예산·조건 등에 맞춰 건물부터 함께 찾아 시설 및 인프라까지 만들어 제공하는 ‘커스텀 오피스(맞춤형 사무공간)’ 시스템을 도입한 공유 오피스도 있다.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로컬스티치 김수민 대표

이렇게 외형적, 질적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공유 오피스 시장에서 ‘로컬스티치’는 특별한 포지션을 점하고 있는 회사다. 공유 주거와 공유 오피스를 연결해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간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로컬’이라는 이름처럼 지역 기반의 콘텐츠를 공간에 녹여 특별한 네트워킹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이곳에 입주한 1인 창작자들의 재능과 역량에 투자해 새로운 사업을 벌이고 수익을 창출·공유하는 매니지먼트 모델을 도입했다. 로컬스티치 입주자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빌린다는 개념보다는, 로컬스티치가 제안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는 느낌이다. 김수민 대표는 “주요 타깃은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1인 창작자”라며 “기존 조직 체계에선 성장하기 힘든 이들을 공간을 매개로 모아 시너지를 일으키고 관계를 맺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로컬스티치' 약수점에서 김수민 대표를 만났다. 김성룡 기자

지난 23일 서울 중구 '로컬스티치' 약수점에서 김수민 대표를 만났다. 김성룡 기자

 

시작은 마을 호텔, 1인 창작자 모여들다

현재 14호점까지 만들어진 로컬스티치 1호점은 지난 2013년 국내 최초의 ‘마을 호텔’ 개념으로 만들어진 서교점이다. 허름한 여관을 리모델링해 주변 상점과 연계하려고 만든 1호점에는 현재 외국인 프리랜서들이 입주했다. 김 대표는 “셰프부터 디자이너, 개발자 등 창의적 일을 주로 하는 이들이 모여 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나가는 걸 지켜보면서 앞으로 일하는 방식이 이렇게 변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간을 매개로 느슨한 연결을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잘 된 사례를 보여주면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로컬스티치가 여느 공유오피스와 다른 점은 역량있는 입주자와 협업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데 있다. 로컬스티치의 입주자이자 말레이시아 출신 바시라 셰프가 로컬스티치와 함께 문을 연 레스토랑 '아각아각.' 사진 로컬스티치

로컬스티치가 여느 공유오피스와 다른 점은 역량있는 입주자와 협업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데 있다. 로컬스티치의 입주자이자 말레이시아 출신 바시라 셰프가 로컬스티치와 함께 문을 연 레스토랑 '아각아각.' 사진 로컬스티치

 
현재 로컬스티치 입주자는 약 700여명 정도다. 30% 정도가 스타트업 종사자, 30%가 개인 창작자·프리랜서다. 로컬스티치의 특징은 지점별로 형태와 구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주거와 사무실 공간을 모두 제공하기도 하고, 소공점·약수점 같은 경우는 사무실로만 제공한다. 용도를 잃어버린 도심의 오래된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아 개성있는 공간을 자랑하는 것도 특징이다. 각 지점에는 루프톱 키친이나 공유 서재, 100종의 매거진을 볼 수 있는 서가, 동네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믹스’ 공간이 있다. 로컬스티치 입주자들은 지점에 상관없이 모두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마주치는 시간이 늘어야 시너지도 커진다는 생각에서다.  
김 대표는 “힙합 크루들처럼 생각이 맞는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 프로젝트 창작물을 내놓는 방식이 1인 창작자들의 이상적 일하기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정도”라고 했다. 로컬스티치 내부에는 ‘내일상점’이라는 매니지먼트 플랫폼도 있다. 1인 창업가나 1인 브랜드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이들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로컬스티치는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개성있는 공유공간을 여러 지점에 배치해 서로 간의 교류가 쌓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 로컬스티치

로컬스티치는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개성있는 공유공간을 여러 지점에 배치해 서로 간의 교류가 쌓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 로컬스티치

 

입주자와 협업 공간도 만든다

지난 17일 리뉴얼 오픈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도 로컬스티치와 입주자간의 협업 공간이 들어섰다. 카페 ‘유월커피’와 중고서점 ‘세컨북스’를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카페와 중고서점 모두 로컬스티치 입주자가 창업한 브랜드다. 중고 책을 활용해 창업하고 싶어 하는 입주자와 함께 공간과 서비스를 기획했다. 유월커피는 로컬스티치 소공점에 입점한 카페 브랜드다. 이런 식으로 로컬스티치 각 지점의 카페·레스토랑에는 입주자가 창업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김 대표는 “창의적 일을 하는 이들에게 '로컬스티치에 가면 뭔가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다”며 “그걸 증명하려면 로컬스티치 입주자 중에서 잘 된 개발자·디자이너·셰프 등 창작자들이 계속 나와 줘야 하므로 개인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새롭게 문연 로컬스티치의 공간. 각 분야 전문가가 추천한 큐레이션 중고서점 ‘세컨북스’ , 부산 전포동 로컬 커피숍 ‘유월커피’, ‘플랜트소사이어티1’ 의 식물 팝업상점이 함께한다. 사진 로컬스티치 인스타그램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새롭게 문연 로컬스티치의 공간. 각 분야 전문가가 추천한 큐레이션 중고서점 ‘세컨북스’ , 부산 전포동 로컬 커피숍 ‘유월커피’, ‘플랜트소사이어티1’ 의 식물 팝업상점이 함께한다. 사진 로컬스티치 인스타그램

 
이런 로컬스티치의 방침은 입주자들만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높아진 임대료로 공실률이 올라가면서 도심의 오래된 중소형 건물주들의 문의가 많다. 문의가 오면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공간을 제안하고 리모델링해 운영까지 도맡는 식이다. 지난 6월 문을 연 로컬스티치 약수점은 한 광고대행사 사옥이었다가 오랫동안 비어 있었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1층엔 로컬스티치 입주자가 창업한 카페 '커피 파운드'가 자리하고, 2층엔 공유 공간인 매거진바 ‘도큐’, 공유 오피스 공간,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파트가 입주해있다. 김 대표는 “물리적 관점에서 공간을 단순하게 활용하기보다 주거 공간과 업무 공간, 상업 공간을 섞고 여기에 운영까지 더해 하나의 완성된 요리를 제공하는 역할”이라며 “부동산을 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고 했다. 로컬스티치가 들어선 건물에 창작자들이 들어오고, 입주자가 사업 파트너들을 끌어들이면서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입주자들 간의 느슨한 연결은 동네 커뮤니티와도 연결되는데, 실제로 서교 2호점 1층에 위치한 라운지 공간 ‘슈퍼스티치’의 경우 약 80%의 매출이 동네 주민에게서 나온다.  
로컬스티치 서교2호점의 1층에 위치한 라운지 공간 '슈퍼스티치.' 입주자뿐만 아니라 근처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동네 슈퍼'를 지향한다. 사진 로컬스티치 인스타그램

로컬스티치 서교2호점의 1층에 위치한 라운지 공간 '슈퍼스티치.' 입주자뿐만 아니라 근처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동네 슈퍼'를 지향한다. 사진 로컬스티치 인스타그램

 
로컬스티치는 지난해 이지스 자산운용 등에서 약 2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이제 단순한 임대로는 부동산 수익을 낼 수 없는 시대다. 지가가 올라가고 임대료가 높아졌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을 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로컬스티치의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김수민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입주 문의가 확 늘었는데 특히 3~4인 오피스보다 1인 입주 문의가 몇 배 높은 수준”이라며 “서울뿐만 아니라 통영에도 지점을 계획하고 있다. 점차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리모트 워크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생활방식은 앞으로 점점 가파르게 변화할 것이고 그에 따라 공간이 할 수 있는 역할도 바뀔 것”이라며 “창작자들을 느슨하게 품고 공간에 콘텐츠를 입히는 방식으로 입주자·건축주·운영자 모두가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협업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로컬스티치 약수점. 광고대행사 사옥이었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공유 오피스와 상업시설이 섞인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 로컬스티치

로컬스티치 약수점. 광고대행사 사옥이었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공유 오피스와 상업시설이 섞인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 로컬스티치

관련기사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