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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운디네

중앙일보 2020.12.27 00:02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운디네’는 간결하고 평범해 보이면서도 깊이 있고 신비로운 서사의 영화다. ‘물의 정령’인 운디네를 모티프로 삼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운디네(파울라 베어). 영화가 시작하면 그는 요하네스(야콥 마첸츠)에게 실연 당하고 곧 새로운 사랑인 크리스토프(프란츠 고로스키)를 만난다. 이때부터 운디네의 ‘물의 여행’은 시작된다. 운디네와 크리스토프를 연결해준 매개체는, 어디선가 운디네를 부르는 목소리와 카페 안의 커다란 수족관과 그 안에 있던 잠수사 인형. 이때 수족관이 갑자기 깨지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고, 알고 보니 크리스토프는 산업 잠수사였다. 그들에게 물은 운명이었던 셈이다.
 
그영화 운디네

그영화 운디네

이후 그들은 함께 잠수를 하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사랑이 운명임을 확인하고, 점점 깊은 사이가 된다. 하지만 떠났던 요하네스가 돌아오고, 크리스토프는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운디네는 혼란에 빠진다. 이때 운디네의 선택은 자못 충격적이다. 요하네스의 집에 찾아간 운디네는 수영장 안에서 그와 대면한다. 이어지는 운디네의 행동은 단호하면서도 강렬한데, 여기서 파울라 베어의 연기는 언급할 만하다. 전설에 기대고 있는 조금은 모호한 이 영화의 서사를, 시종일관 거대한 뉘앙스 연기로 이끌던 그는 이 장면에서 마치 타오르듯 정점에 달하고 곧장 뒤돌아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압도적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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