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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집 살 때 부모한테 돈 빌렸는데, 증여세 내래요

중앙일보 2020.12.26 07:00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74)

Q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오씨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주택을 구입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대출을 받고, 일부는 아버지와 이모에게 빌린 것으로 자금 조달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국세청은 빌린 것이 아니라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추징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왜 오씨의 채무를 인정해 주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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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세청은 대출로 주택을 구입하는 등 채무를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한 사람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대출을 이용해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채무를 활용한 부담부증여로 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이른바 ‘빚테크’. 잘 이용하면 효과적이지만 문제는 채무를 본인이 상환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다가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부모가 대신 빚 갚아주면 증여

주택을 구입할 때 부족한 금액을 부모한테 빌린 것으로 자금 조달 게획서를 제출한 경우에도 국세청은 정말 빌린 것이 맞는 것인지, 실제로는 증여받은 것은 아닌지 검증해본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주택을 구입할 때 부족한 금액을 부모한테 빌린 것으로 자금 조달 게획서를 제출한 경우에도 국세청은 정말 빌린 것이 맞는 것인지, 실제로는 증여받은 것은 아닌지 검증해본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사진 pixabay]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자녀의 채무를 부모가 대신 변제한 경우,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면제받은 경우, 실제 증여를 받았음에도 허위로 차입 계약을 한 경우 등을 조사 사례로 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주택을 구입하면서 대출을 받았는데 대출 이자나 원금을 본인이 갚지 않고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상환한 것이 문제가 된 사례이다. 자녀가 직접 상환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자녀 계좌에서 대출을 갚았지만, 막상 계좌를 열어보니 정체 모를 현금이 수시로 입금된 사실이 적발됐다면 어떻게 될까? 직장인인 자녀가 매월 받은 월급 외에 거액의 현금이 꾸준히 들어온다면 부모가 현금을 인출해 수시로 자녀 계좌에 넣어준 사실이 다 드러나게 된다.
 
주택을 구입할 때 부족한 금액을 부모한테 빌린 것으로 자금 조달 계획서를 제출한 경우에도 국세청은 정말 빌린 것이 맞는 것인지, 실제로는 증여받은 것은 아닌지 검증해본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친척에게 빌린 것으로 소명하는 경우 실제로 친척으로부터 송금된 것이 맞는지, 평소 그 자금을 빌려줄 만한 자산이 있었는지 또한 살펴보게 된다.
 
오씨의 경우 이모에게 빌린 것으로 소명했지만 국세청은 평소 이모의 자산이나 경제력 등에 비해 과도한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판단해 이모의 계좌내역을 살펴본 결과 오씨의 어머니로부터 송금받은 자금을 그대로 오씨 계좌에 입금한 흔적을 찾아냈다. 결국 이모 계좌를 빌리는 방법으로 어머니의 자금을 우회해 증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뿐 아니라 관련 대출금도 함께 넘겨주는 부담부증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은 부담부증여를 통해 증여세 부담을 줄인 후 그 대출금의 원리금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고 있는지를 확인해 증여세를 추징하게 된다.
 

빌렸다고 하면 끝?

이자를 한 푼도 주고 받지 않는다면 빌린 것이 아니라 증여받은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액이더라도 이자를 주고 받는 것이 더 낫다. [사진 pixabay]

이자를 한 푼도 주고 받지 않는다면 빌린 것이 아니라 증여받은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액이더라도 이자를 주고 받는 것이 더 낫다. [사진 pixabay]

 
자녀가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만일 부모님께 증여받은 것이라면 당연히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 정말 부모에게 빌린 것이라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단,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 빌린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이를 입증하기 위해 다소 형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반드시 차용증을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차용증에는 빌리는 금액과 기간, 그리고 이자율 등을 기재한다. 그리고 차용증에 기재한 대로 자녀는 부모에게 꾸준히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야 하며 가급적 이를 통장 기록으로 잘 남겨 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차용증이나 원리금을 꾸준히 갚는 등 채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아무것도 없다면 국세청은 이를 부모한테 빌린 것이 아니라 증여받은 것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금조달계획서상 부모에게 빌린 것으로 기재했다면 국세청은 수년이 지난 뒤 반드시 이를 점검해 볼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 자녀는 부모에게 이자로 얼마나 드려야 할까? 세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받아야 할 이자율을 연 4.6%로 정해 두었다. 만일 자녀가 4.6% 보다 낮은 이자를 부모에게 드린다면 그 차액만큼은 자녀가 일종의 증여를 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된다. 단, 세법에서는 그 이자차액이 연간 1000만원 이하라면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런데 이자차액이 연 1000만원을 넘으려면 원금이 2억 1739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즉, 원금 규모가 2억1739만원이 넘지 않는다면 자녀에게 이자를 한 푼도 받지 않아도 증여세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자를 한 푼도 주고받지 않는다면 빌린 것이 아니라 증여받은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액이더라도 이자를 주고받는 것이 더 낫다. 행여 채무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부모가 그 채무를 면제해 준 것으로 오해를 받을 경우 거액의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빌린 채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도록 이자는 가급적 꾸준히 드리고 여건이 된다면 원금을 조금씩 갚아 두는 것도 좋다.
 
자칫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국세청은 정말 부모에게 빌린 것이 맞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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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3본부 대표세무사 필진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 재산을 불리기 위해선 돈을 이리저리 굴려 수익을 올리는 재테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저금리·저성장 시대라 재테크가 잘 듣지 않는다. 돈을 굴리다 오히려 재산을 까먹기 일쑤다. 그렇다고 은행에 넣어두고만 있을 수 없는 일.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수익은커녕 손실을 볼지 모른다. 방법은 있다. 비용을 줄이면 실질 수익은 올라가게 돼 있다. 세금을 절약하는 절세는 재테크 보릿고개에 실질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물론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징세를 강화하는 바람에 절세의 여지가 자꾸 좁아지고 있긴 하다. 그래서 더욱더 필요해지는 절세의 기술이다. 돈 많은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도 있는 재산을 지키려면 보유해야 할 무기다. 국내 최고의 세무전문가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절세의 기술을 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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