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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혼'? 가장 '남녀 평등'하다는 중국의 이 결혼 형식

중앙일보 2020.12.25 17:45
가장 '남녀평등' 한 결혼 형태
첫째 아이가 아빠 성씨를 따랐다면, 둘째 아이는 엄마 성씨를 따를 것. 친가 외가 구분 없이, 양가 조부모는 모두 '외'자를 빼고,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를 것. 남자 측과 여자 측 모두 한쪽에 종속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평등한 관계를 지향할 것.
 
[셔터스톡]

[셔터스톡]

최근 중국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량터우훈(两头婚, 양두혼)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20일, 인민일보 등 중국의 주류 언론 매체들은 이 량터우훈에 대한 보도를 내놨다. 장저(江浙, 장쑤성과 저장성) 지방에서 최근 들어 '유행'하고 있다는 이 량터우훈은, 글자 뜻 그대로 '머리가 두 개'인 결혼을 의미한다. 결혼 후 남편 측 집안이 기둥이 됐던 기존 제도와 달리, 쌍방 집안(两头)이 동일하게 구심점이 되는 결혼(婚)이 량터우훈이다. 
[광명일보(光明日报) 캡처]

[광명일보(光明日报) 캡처]

 

"不来不去, 不娶不嫁" 가지 않고, 오지 않는 결혼

기사에서 소개된 바에 따르면, 량터우훈은 결혼 전 남녀의 '구두계약'을 그 시작으로 한다. 
 
-첫째 아이는 남자 쪽 성(性)씨를 따르며, 남자 집안에 귀속된다. -둘째는 여자 쪽 성씨를 따르며, 신부 집안에 귀속된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라는 호칭 없이 동등하게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남자는 남자 쪽 집안에서 생활하고, 여자는 여자 쪽 집안에서 생활한다.
-결혼할 때 지참금이나 혼수 등을 서로 주고받지 않는다.
 
듣기에는 마치 십 원 단위까지 계산한 더치페이처럼 '칼 같은' 결혼처럼 들린다. 특히, 점점 많이 없어지고 있다지만, 사실 아직 많이 잔존해 있는 중국 결혼 풍습인 '지참금(彩礼)'도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바이두바이커]

[바이두바이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남자 측 집안에서 많은 재정적 지출이 요구된다.
 
그중 빅3가 바로 집과 차, 그리고 차이리(彩礼, 지참금)다. 결혼 지참금이라 하지만 일이백만 원 수준이 아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대략 1만위안(약 1700만원)에서2만위안(약 3400만원) 정도가 오간다.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많은 중국 남자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부담 때문이다.
 
량터우훈에서는 이러한 지참금이 따로 없다. 신부 측은 "받지 않을 테니, 우리에게 기존의 불합리한 결혼을 강요하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미루어 짐작한 것처럼 량터우훈은 비교적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두 집안 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이런 결혼 풍습이 생겼을까?

기사의 분석에 따르면, 량터우훈이 생겨난 이유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 지속했던 '한 자녀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1980년부터 급진적인 산아제한 정책으로 30여년간 이어진 '한 자녀 정책'은 많은 '소황제(小皇帝)'들을 낳았다. 아이가 집안에서 가장 귀한 몸이 된 것이다. 부모들은 애지중지 기른 딸이 결혼해서 남자 측 집안 몸이 되는 것이 마음 아팠다. 결혼 후, 점점 친정으로의 발길이 뜸해지는 것이 이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바이두]

[바이두]

 
출산한 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네 명의 조부모, 두 명의 부모, 한 명의 자녀. 하지만 기존 결혼 제도에서는 호적상으로나 생활 방면으로나, 아이는 두 집안 중 남자 측 집안에 '종속된' 몸으로 여겨지곤 했다. 성씨도 남자 측 성씨를 따라야 했기 때문에, 여자 측 집안에서는 '대가 끊어지게' 된 것이다. 량터우훈에서 자녀 하나에게 여자 측 집안 성씨를 부여하게 된 이유다.
 
이러한 배경 아래, 중국에서 경제가 발달한 곳에 속하는 장저지방에서는 기존 결혼 풍습을 거부하고, 대신 량터우훈이생겨났다.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한 결혼이냐?"

해당 기사에는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며,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 속에는 결혼을 둘러싼 중국의 여러 갈등과 고민이 비치기도 했다.
 
"한 자녀 정책이 결혼 후에도 부모에게 빌붙어 살고자 하는 의존적인 젊은이들을 만들었다."
 
"남편과 신부가 각각 따로 거주하는 것이라면, 그걸 결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만약 부부가 동일한 성별의 아이를 둘 낳는다면 문제가 없지. 그런데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를 낳는다면, 누가 남자아이를 데려가고 누가 여자아이를 데려갈 건가?"
 
"결혼과 관련한 고질적인 남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네. 그런데, 두 명의 아이를 누가 낳아? 여자 몸에서 고생해서 낳는 거잖아? 여전히 평등하다고 볼 수 없는 거네."
[인민일보(人民日报)]

[인민일보(人民日报)]

 

"해당 기사,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

중국인들에게도 생소한 개념인 량터우훈과 관련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자, 현지인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장저(江浙)지방 사람들은 "기사의 내용이 과장된 점이 있다."라며, "량터우훈은 사실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존재했던,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현상이다."라고 주장했다.

현지인들의 증언 [웨이보 캡처]

현지인들의 증언 [웨이보 캡처]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부부가 마치 '남남처럼' 떨어져 각자 집안에서 거주한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라는 것이다. 이들은 "량터우훈은 기사에서 묘사한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남자와 여자 집안 간에 유연한 교류가 이어지는 방식"이라며, 기사 내용에 틀린 점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점점 아이 잘 안 낳는 중국

재미있는 댓글 중 하나는, "메인 언론 매체들이 이 량터우훈 기사를 낸 것은, 혹시 출산을 독려하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지적을 했다. 량터우훈 풍습에 따르자면, 공평하게 아이를 꼭 두 명 이상은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후닷컴 캡처]

[소후닷컴 캡처]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중국 역시 점점 아이를 잘 낳지 않고 있는 추세다. 2015년 법 개정으로 '한 자녀 정책'은 폐지되었지만, 그런데도 중국의 저출산 현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1명이고 중국은 1.69명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저출산 문제는 중국 정부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 중 하나에 속한다.
 
고령화와 저출산, 그에 더해 양성평등과, '인습'으로 여겨지는 전통적인 결혼 풍습까지. 많은 사안이 이 '량터우훈' 논쟁에 얽히며, 온라인상에서 열띤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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