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탄식이 들린다”고 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집행정지 청구와 법원의 인용 결정을 “특권 집단의 동맹”이라고 표현하며 “형사·사법 권력을 고수하려는 법조 카르텔의 강고한 저항에 대해 강도 높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해 민주적 통제, 시민적 통제를 시스템적으로 구축할 것”이란 결의를 다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태년 원내대표,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집행정지 인용 결정과 관련한 긴급 대책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가 이뤄진 행정부 내 징계 절차에 대해 법원이 문제 삼는 건 삼권분립 위반 문제가 있단 주장도 나왔다. 뉴스1
이낙연 대표가 이날 오전 당 소속 법사위원 등을 소집해 주재한 회의에서도 “행정부 자체의 징계 절차에 따른 정당한 내부 권리 행사를 법원이 뒤엎는 건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할 뿐만 아니라 삼권분립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목표로 하는 검찰 관련 입법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당내 권력기관TF를 검찰개혁특위(위원장 윤호중 법사위원장)로 확대·개편하겠다는 게 이날 회의의 결론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의 검찰총장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따라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법원에 대한 적대감이 팽배한 것은 여권 전반의 분위기였다. 지난해 ‘제도권 정치’ 은퇴를 선언했던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를 함께 풍긴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 4·15 총선 이후 긴 침묵을 깨고 올린 글이었다. 임 특보는 “민주주의가 너무 쉽게 약해지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는 글을 올려 정계 복귀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 오른 글은 “180석으로 제때 검찰·법원 개혁을 못 해서 이렇게 됐다” “당비를 20배 많이 낼 테니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류가 주종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왼쪽 부터), 신동근, 김종민, 김용민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과의 긴급 비공개 회동을 위해 이 대표의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검찰 관련 제도 개편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당내 검찰개혁TF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연합뉴스
다만 당내 주류에서도 추미애 장관 교체에 대해선 빠를수록 좋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본인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데다, 이런 상황까지 생겼으니 사의가 번복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징계를 했으면 징계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잘 챙겨야 했는데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중진 의원도 “추 장관이 분명한 책임을 지고 깔끔히 처리해야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수사 때부터 시작된 윤 총장 내치기 작업이 무리하게 추진된 건 사실”이라며 “추 장관의 비합리성이 문제였다. 후임 장관은 검사들의 신망이 두텁고 합리적인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