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침묵하는 추미애···“文 사과하게 했으니 사실상 경질된 것”

중앙일보 2020.12.25 15:47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효력 정지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치명상을 입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추 장관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완벽한 패배…본인 말대로 산산조각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0121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01214

 
25일 법무부 관계자는 “오늘 법무부가 별다른 입장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그동안 윤 총장과의 갈등 국면마다 페이스북에 개인 입장을 밝혀왔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사표를 제출하며 적은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추미애 장관이 완벽히 패배했다”며 “본인이 쓴 글대로 산산조각이 났다”는 평이 나온다. 전날 법원은 징계위 구성이 절차적으로 위법했으며, 징계 이유도 다시 다퉈봐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를 두고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실체적 진실을 따져보기도 전에 형식부터 하자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러면 본안 사건으로 가더라도 법무부가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며 “완전히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찰 인사도 손대기 어렵게 돼

법무부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녹록친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에서도 패배한다면 추 장관이 입을 타격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미 여권내에선 “추 장관이 무리하게 징계를 주도해 윤 총장만 키워줬다”는 지탄이 나온다.

 
내년 1월에 있을 검찰 인사도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검찰 내에선 추 장관이 징계 과정에서 대립한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킬 거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사표를 제출한 추 장관에게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곧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롯해 검찰개혁의 매듭을 지어 달라는 말로 해석됐다.

 
대표적으로 윤 총장 직무배제 철회를 요구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과 원전 수사를 총괄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 정진웅 검사를 독직폭행으로 기소한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젠 검찰 인사에 추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어렵게 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하게 만들었으니, 추 장관은 사표가 아니라 사실상 경질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환관 몇 명이 나라를 뒤집어" 지탄받는 '추 라인'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둔 9일 오전 이용구 법무차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둔 9일 오전 이용구 법무차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서 당시 심재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대변인이 첫 출근하는 추미애 후보자를 안내하는 모습.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서 당시 심재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대변인이 첫 출근하는 추미애 후보자를 안내하는 모습. [뉴스1]

오히려 ‘추미애 라인’으로 지목되는 참모들의 입지가 불안정해졌다. 조두현 장관 정책보좌관을 비롯해 윤 총장 징계에 가담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책임론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장관이 참모를 잘못 두었다, 환관(宦官) 몇 명이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검사는 “이들 중 누가 사표를 낼지도 검사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도 거론이 됐던 이용구 차관은 특히 치명상을 입었다. 한 검사는 “이 차관은 윤석열 몰아내기용 카드로 발탁한 것인데 그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니 개각과 함께 물러날 수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차관은 임명 이후 택시기사를 폭행하고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대검찰청 내에서 윤 총장을 압박하던 간부들도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윤 총장의 ‘감찰 방해’를 주장하며 감찰 업무 관련 얘기를 페이스북에 공개해 논란이 됐다. 박은정 감찰관의 남편으로 윤 총장 감찰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근 형사부장, KBS의 ‘채널A 사건 한동훈 녹취록’ 오보 취재원 의혹을 받으며 윤 총장 징계위에 참여한 신성식 강력부장 등도 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