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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단식 14일만에 '첫발'…與 "위헌소지 내용 뺀다"

중앙일보 2020.12.25 05:00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를 단독으로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안 5건을 병합 심사했으나 첫 회의에선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정부로부터 부처 간 협의를 통한 단일안을 보고받은 뒤, 29일 소위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법사위가 중대재해법 심사에 돌입한 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 14일 만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이자 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오후 소위 종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법안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이견이 많지 않았고 공감대를 이룬 것도 있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이어 “다음 소위 때는 관계부처를 다 불러 모아 부처 간 협의안을 놓고 심층적으로 얘기를 들은 뒤 법안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이나 1소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이 24일 법사위 1소위에 참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피켓팅을 하고 있는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배진교·류호정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이나 1소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이 24일 법사위 1소위에 참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피켓팅을 하고 있는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배진교·류호정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헌 소지가 있어 쟁점 중 하나였던 인과관계 추정 조항에 대해선 “합의까진 이르지 못했지만, 그 조항에는 문제가 있어 그대로 갈 수 없다는 부분에선 공감을 거의 이뤘다”고 말했다. 인과관계 추정이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 측이 위험 방지 의무를 다했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입증 책임을 검사가 아닌 기업 측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법안 내용 중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은 없애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돼 온 사업주의 위험 방지 의무 등은 세세히 규정하는 방향으로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법적인 쟁점이 많기 때문에 당·정 단일안을 먼저 만들기보다는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부와 협의가 이뤄질 수 있게끔 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조율된 법안이 나오면 의원총회를 열어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의 주요 쟁점으론 ▶자영업자·소상공인 배제 여부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4년 유예 여부 ▶공무원 처벌 여부 등이 있다.
 
산업재해 처벌 강화 법안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산업재해 처벌 강화 법안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민주당과 함께 12월 임시국회 종료(내년 1월 8일) 전 중대재해법 제정을 공언했던 국민의힘은 이날 소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23일) 예고된 소위 일정에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한 법사위 1소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도 “중대재해법에 대해 우리나라 법체계에 맞는 제대로 된 단일안을 공개한다면 법안 심사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에서 부처 협의안을 갖고 왔을 때도 국민의힘이 소위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법 제정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백혜련 의원)고 경고했다.
 
앞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은 이날 오전 정의당 농성장을 찾아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故)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에게 단식 농성 해제를 권유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나와야지, 이렇게 나와서 ‘단식을 중단하라’고 하면 저희는 동의 못 한다”고 거절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에게 단식 해제를 권유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에게 단식 해제를 권유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에 김 원내대표가 “최선을 다해서 법안을 심의하겠다. 야당이 사실상 심의를 거부하는 상태라서 여러 가지로 악조건이지만, 최대한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했으나, 김 이사장은 “여태까지 여당이 그 많은 법을 (단독으로) 다 통과시켰는데 왜 이 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하냐. 그 사람들 안 들어오면 여당에서 그냥 해달라”고 하면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혜련 의원은 법사위 소위 직후 기자들에게 “중대재해법은 제정법인 데다 워낙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그간 민주당이 처리했던 법과는 다른 점이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젠 야당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강행 처리 의지도 내비쳤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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