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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쓰레기"…판결 마음에 안든다고 사법개혁 꺼내든 여권

중앙일보 2020.12.25 00:36 종합 1면 지면보기
그간 사법부에 분노한 건 야권이었다.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법원장을 거명하며 ‘(정권의) 내 편 무죄, 네 편 유죄’라고 비판했었다.  
 

친문 “정경심 구속판사 탄핵” 청원
법조계 “여권, 삼권분립까지 부정”

여권 “검찰·사법부 유착, 판결 정치”
‘판사쓰레기’ 등 도 넘은 인신공격
야당 “맘에 안 들면 모두 적폐 몰아”

“조국, 골고다 언덕 오르는 예수”
“정경심, 이 땅의 부모 대신 십자가”
여권, 조씨 부부 옹호 발언 줄이어

그러나 이제는 거여(巨與)가 분노한다. 지난달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직후 들끓었다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4년 징역형) 판결엔 폭발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의심의 정황’으로 유죄판결을 한 거다.”(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재판부의 선입견이나 예단, 편견이 상당히 작용한 매우 나쁜 판례가 아닐까 생각된다.”(홍익표 민주연구원장)
 
민주당 지도부가 24일 쏟아낸 발언이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재판 결과에 대해 특히 “재판 진행 과정 전체에서 검찰에 대한 (법원의) 사법통제 임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출신의 인사들도 가세했다.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의전비서관·제1부속실장)였던 조한기 사무부총장은 “검찰과 사법부의 끈끈한 유착에 새삼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조계 “법치주의 보루 사법부 공격, 서글픔 넘어 섬뜩함”

 
정경심 1심 재판에 대한 여권의 말말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경심 1심 재판에 대한 여권의 말말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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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도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이 아니라면 법원이 이렇게 모진 판결을 내렸을까”라며 “그 시절 자식의 스펙에 목숨을 걸었던 이 땅의 많은 부모를 대신해 정경심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 건가. 잔인하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설령 ‘표창장 위조’ 등이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징역 1년이면 충분한 사안이다. 사법부에 다시 위기가 오고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판사 출신인 이탄희 의원은 전날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문제제기했던 일본 기자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수진 “표창장 유죄라도 1년형 충분”
 
변호사 출신의 김용민 의원은 “(검찰의) ‘판사 사찰 문건’에 해당 (정경심) 재판부 판사 3명에 대한 기재가 있다”며 특히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를 거명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임정엽 판사의 편향성에 우려가 많았다. 검찰 개혁뿐 아니라 언론·사법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재판부의 판결이 너무 가혹해 당혹스럽다. 앞으로 남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바란다”(신영대 대변인)였다. 길이는 짧았지만 ‘가혹’ ‘당혹’ 등 감정적 언어로 법원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표출했다. 당초 지도부에선 논평 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니 ‘일단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법원 판단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강경론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친문 지지자’의 공격도 거칠어졌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사법이 법복을 입고 판결로 정치를 했다”고 주장했고,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는 조 전 장관을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에 비유했다. 청와대 게시판엔 ‘정경심 1심 재판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의 탄핵을 요구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랐다. “판결 결과 한 사람의 일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했다. 법관이 양심에 따라 심판해야 하는 헌법 103조를 엄중하게 위배했다”면서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20만 명이 동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임정엽 판사의 과거 집행유예나 무죄판결을 언급하며 비하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판레기(판사+쓰레기)’ ‘공수처 수사 대상’ 등의 댓글도 달렸다.
 
여권의 비난이 커질수록 이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단엔 “경의를 표한다”(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고 했다가 불리해지니 공격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현 여권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법관 탄핵(재적의원 3분의 1 발의에 재적의원 과반 의결)이 가능할 정도로 막강하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의 절대다수가 법관이기도 하다. 여권이 자제력을 잃으면 ‘사법부 독립’이란 가치를 토대로 한 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거여, 마음 먹으면 법관 탄핵 가능 의석수
 
한 현직 판사는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판사로서 수긍해야 하지만 판사를 인신공격하고 법관 자리마저 위협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판결을 내리길 진정으로 바라는지, 아니면 그저 정권에 유리한 판결만 내려주길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기소당하면 검찰 탓을 하고, 유죄판결을 받으면 법원 탓을 한다”며 “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종교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끔찍한 인지 부조화”라고 했다.
 
한 검사는 “특정 지지세력만 믿고 저리 선동질을 해대는 정치권이 과연 일국의 지도자며 집권세력인지 모르겠다”며 “법치주의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공격하는 데서는 서글픔을 넘어 섬뜩함마저 느낀다”고 했다. 이어 “판결문에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고통’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말 그대로 판사가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입법기관인 국민의 대표가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관 탄핵과 사법개혁을 거론하고 있다”며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는 위험한 발상이며 나아가 사법부를 행정부에 종속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헌법에 삼권분립이 명백히 규정돼 있음에도 집권여당이 자신들 생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는 건 법치주의는 물론 국민 정서와도 어긋난 태도”라고 지적했다.
 
야권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도대체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 헌정 질서를 인정하는 것인지, 자기들 마음에 안 맞으면 모두 적폐로 몰고 부정하는 것인데 스스로의 존재,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윤영찬 의원의 두둔에 대해선 박기녕 부대변인이 “공정한 경쟁과 노력을 통해 자녀의 스펙을 쌓고자 하는 이 땅의 많은 부모를 정경심 교수와 같은 범법자로 취급하는 막말”이라고 꼬집었다.
  
오현석·박사라·김수민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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