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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손자 병원 번개예약 의혹…野 추적하자 靑 격분설

중앙일보 2020.12.25 00:32 종합 24면 지면보기

권력 곳곳에서 터지는 논란들

백신 도입 부진과 부동산 파동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 난맥과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문화지원금 수령 등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특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구체적 해명을 회피한 채 증거 제출을 거부하고, 관련자들의 입을 틀어막은 듯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세 가지를 살펴봤다.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②사업자번호 묻자 ‘죄송’만 연발
문 찾은 주택 인테리어 수주 미궁
③백신 직언 이종구, 외압받은 듯
‘정부 연락 있었냐’ 묻자 ‘괴롭다’

대통령 손자 ‘특혜 진료’ 시비 이어져
 
내원객으로 북적이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예약에서 진료까지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연합뉴스]

내원객으로 북적이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예약에서 진료까지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외손자 서모군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진료받는 과정에서 진료 청탁과 진료일 앞당기기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에 휘말려있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재선·대구 중구, 남구)은 사흘 전 “서군이 5월 중순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예약한 뒤 진료 당일 현장에서 이비인후과 등 다른 과의 진료도 같이 받았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침묵만 거듭하고 있다. 의혹을 조사했던 곽 의원 전 보좌관에게 물었다.
 
제보는 어떻게 받았나.
“7월 초 제보받았다. ‘5월경 대통령 손자가 예약도 규칙대로 안 하고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왔고, 온 김에 이비인후과와 그 밖에 몇 군데(과)를 더 돌았다’며 ‘너무 화가 나 제보한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예약 후 진료까지 보통 수개월이 걸리는데 서군이 이를 뛰어넘어 속성으로 진료를 받으 것을 알고 분개한 제보자가 곽상도 의원실에 알린 것으로 보인다.”
 
제보가 사실인지 병원에 문의했나.
“그렇다. 서울대 병원 관계자에게 내용을 추궁하니 VIP(대통령 일가)가 병원에 온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무슨 과에서 진료를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요로를 통해 알아보니 서울대 병원 기록에는 서군이 지난 4월 20일 온 것으로 돼 있더라.”
 
서군 측이 예약을 한 건 언제인가.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서군이 병원 오기 하루 이틀 전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청와대에서 내일 서군이 병원에 갈 테니 시간을 잡아달라고 하니까 병원 측이 ‘VIP’라고 서둘러 예약명단에 입력한 것으로 보인다. 더 분노를 자아내는 건 이렇게 속성으로 병원에 와서 한 과도 아니고 여러 과를 돌며 진료받은 것이다. 명백한 ‘김영란법’ 위반으로 보인다. 당시 서군은 태국 방콕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다가 코로나 사태 악화 등의 이유로 귀국한 뒤 병원을 찾은 것 아닌가 추정한다 (병원에 진료기록 공개를 청구했나?) ‘개인 정보’라며 알려주지 않고 있다.”
 
서군은 어떻게 진료받았다고 하나.
“진료 당일 경호진을 많이 데리고 오지는 않았고, 소아청소년과 앞에 오픈된 벤치에서 순서를 기다렸다고 한다. 지난 7월 청와대를 추궁하다가 안 사실인데, 청와대 실무진이 ‘(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서군의 속성 진료 의혹을 추적 중이며, 언론사도 냄새를 맡은 듯하다’는 보고를 상부에 올렸고, 이에 청와대가 격노했다고 하더라.”
 
한편 곽상도 의원은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코로나 피해 예술인 긴급 지원금 14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 지원금을 신청했던 281건 전부에 대한 정보 공개를 재단 측에 요구했다. 핵심은 3차례 전시회가 취소됐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신청한 준용씨가 84%의 지원자들을 제치고 최고액을 수령한 경위다. 곽 의원 측은 준용씨의 평가 점수가 몇점인지, 전시회가 3회 이상 취소된 경우가 몇 건인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그러나 재단 측은 일체의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곽 의원 보좌관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공공기관은 지원금 대상을 심사한 위원들의 신상은 몰라도 지원금을 탄 사람의 점수는 국회의원에게 공개하는 게 일반적 관행이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 21일 서울문화재단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자 실무진들은 관행대로 점수는 공개할듯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튿날부터 점수마저 공개할 수 없다고 돌아섰다”며 “지원 과정이 공개되면 문제가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 재단 수뇌부가 점수 공개마저 막았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수상한 동탄 인테리어 업체
 
문 대통령이 11일 찾은 동탄 공공 임대주택의 인테리어 공사(4290만원)를 수주한 모 업체가 견적서에 ‘주소지’로 표시한 곳. 구로구의 빌라형 주택이었다. 장진영 기자

문 대통령이 11일 찾은 동탄 공공 임대주택의 인테리어 공사(4290만원)를 수주한 모 업체가 견적서에 ‘주소지’로 표시한 곳. 구로구의 빌라형 주택이었다. 장진영 기자

“13평에서 4인도 살 수 있겠다”는 언급으로 논란을 빚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탄 공공임대주택 방문(11일) 당시 이 방문을 주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인테리어 등 보수 비용 4290만원 ▶행사 진행 예산 4억1000만원 등 총 4억5000여만원을 지출했다고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초선·분당 갑)에게 밝혔다. 그런데 이 중 4290만원의 인테리어 시공을 맡은 업체가 수수께끼다. LH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견적서에 따르면 시공업체는 김모씨가 대표로 있는 B사로 주소는 서울시 구로구 XX로 00으로 적시돼있다. 그러나 이 견적서에는 보통 견적서 우측 상단에 명시되기 마련인 사업자 등록번호와 업태가 빠져있다. 게다가 사업장 주소대로 찾아가 보니 일반 주택이었다. 집 앞엔 한때 배추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이 업체 대표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인데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다.
“죄송합니다.”
 
주소를 찾아가니 가정집인데.
“죄송합니다.”
 
사무실이 따로 있나.
“죄송합니다.”
 
사무실이 있긴 한가.
(전화 끊음)
 
문 대통령이 찾은 주택 인테리어를 수주한 업체가 제출한 견적서.

문 대통령이 찾은 주택 인테리어를 수주한 업체가 제출한 견적서.

대표 김씨를 취재한 다른 기자에 따르면 김씨는 “영업장은 따로 있다”는 취지로 답했으나 “어디냐”는 질문에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김은혜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 측은 사업자 등록을 했는지, 했다면 번호는 뭔지 묻는 말에도 “죄송합니다”만 연발했다고 한다. 주택공사 측은 “문제의 회사는 정상적인 회사로 사업자 등록도 돼 있는 줄 안다”고 했지만, 사업자 등록번호를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사기업 정보라 공개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전문가는 “견적서에 사업자 등록번호가 빠져있고, 사무실도 밝히지 않는 업체라면 미등록 업체거나 급조된 업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주택공사가 4000만원 넘는 돈을 지불하고 대통령이 찾는 임대주택 인테리어를 맡긴 업체라면 사업자 등록 여부와 소재지 등 기본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불필요한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신 발언 이종구, 권력층 질책받은 듯
 
지난 2월, 6월 두 차례에 걸쳐 문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 확보의 중요성을 직언했다고 지난 22일 중앙일보에 밝힌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가 발언 후폭풍에 시달린 듯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기사가 나온 22일 이 교수와 통화한 국민의힘 신상진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장은 “이 교수가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 인정하면서도 곤혹스러워하며 깊은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하더라”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집권세력이 이 교수에게 ‘왜 신문에 그런 얘기를 했나’고 질책했을 것으로 느껴져 ‘정부에서 연락 왔느냐?’고 질문하자 ‘뭐, 그냥 하여튼 괴로워 죽겠다’고 하더라. 권력층에 질책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중앙일보가 이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과 기사 내용에 차이가 있다. (이 교수가) ‘직언을 했다’ ‘소용없었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신 위원장은 “이 교수가 내게 ‘일부 참모가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는 대목만 빼고는 기사 내용이 다 사실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 6월 구성한 백신 태스크포스(TF)팀은 기재부 1명, 복지부 2명, 질병관리청 4명 등 국과장급 관리와 민간전문인 2명으로 구성됐는데 정부는 이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 책임 추궁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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