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관 빼고 실무자만 징계” 메르스 트라우마 되살아난 공무원들

중앙일보 2020.12.25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둘러싼 정부 전략의 난맥상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방역당국 내부에서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와 같은 실무자 사화(士禍)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휴일도 없이 일했는데 큰 상처
이번에도 그런 일 생길까 걱정”

백신 늑장 확보 사태를 놓고 여론이 악화하자 청와대·정부는 “대통령은 4월부터 백신·치료제의 충분한 확보를 지시했다” “백신의 구매 결정과 계약 절차에 대한 조치는 질병관리청장이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책임을 아래로 미루는 듯한 발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공무원들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것이다.
 
감사원은 메르스 사태 이후 감사를 실시하고 이듬해인 2016년 1월 국장급 이하 공무원 9명의 중징계 처분을 주문했다. 양병국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에게 해임,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에게 정직, 정은경 질본 긴급상황센터장에게 정직, 배근량 역학조사과장에게 정직 등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방역 실패를 이끈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과 장옥주 차관 등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이후 징계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최종 징계 수위는 감사원 주문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의사 출신인 역학조사과장이 사표를 던지는 등 조직 전반에 트라우마가 남았다.

관련기사

 
메르스 때 방역대책본부에서 일했던 공무원 A씨는 “징계 받은 분들 대부분이 3개월 동안 거의 매일 현장을 지켰다. 휴일에도 쉬지 못했고 야근을 밥 먹듯했다”며 “그런데 장관은 빠져나가고 정은경 현 질병청장을 비롯해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징계를 받았다. 언제라도 삐끗하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졌다.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무원 B씨는 “최선을 다해 일했는데 돌아온 건 징계뿐이었다. 상처가 너무 컸다”고 털어놨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