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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민노총 결국 대화보다 투쟁 위원장 택했다

중앙일보 2020.12.25 00:02 종합 15면 지면보기
양경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당선증을 수령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양경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당선증을 수령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의 관행과 제도, 기업은 모두 잊기를 경고한다. 투쟁을 자기 근본으로 삼는 노동운동이 왔음을 주지해야 한다.”
 

첫 비정규직 출신 양경수 당선
“정권과 자본 낯선시대 맞게 될 것
총파업 1년 준비해 제대로 싸운다”
힘의 제압 밝혀…내부 통합은 숙제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으로 당선된 양경수(44)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의 일성이다.
 
양 당선인은 17~23일 진행된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총 53만1158표 가운데 28만7413표(55.7%)를 얻었다. 내년 1월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민주노총을 이끈다.
 
양 당선인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 분회장을 지냈다. 첫 비정규직 출신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분회장으로 있던 2015년 사내 하청 노동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363일 동안 고공농성 투쟁을 이끌었다. 법원이 사내 하청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결하면서 1000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양 당선인은 당선 소감으로 “사상 처음으로 제1노총이 준비된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11월 3일 총파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양 당선인은 곧바로 총파업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벌어진 민주노총의 총파업에는 매번 0.5~5% 정도의 조합원만 참여해 ‘뻥 파업’ 논란이 일었다. 양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1년을 준비해 제대로 싸운다”고 주장했다. 투쟁 중심으로 ‘힘의 제압’ 원칙을 천명해 온 셈이다.
 
그는 ▶재난 시기 해고 금지 ▶국가고용책임제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노동중심 세상 건설 ▶재벌 독식 체제 청산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힘의 제압’ 노선으로 공약 실천에 나서면 노정 갈등과 산업현장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교롭게 양 당선인이 천명한 ‘힘의 제압’ 토대는 현 정부와 여당이 이미 마련했다. 노조 3법 개정을 통해 해고자와 실직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비종사 조합원인 이들이 사업장 안에 들어가 투쟁을 이어가도 제어할 수 없다. 이들은 해당 사업장과 관련이 없어 사실상 잃을 게 없는 형편이어서 투쟁 강도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판이다. 여기에다 정부·여당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과 같은 노동계가 경영 일선에 직접 진출할 수 있도록 각종 발판을 속속 도입 중이다.
 
민주노총과 정부 관계는 한층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 위원장의 임기가 레임덕 위험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과 겹치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노총의 힘은 더 센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익명을 요구한 경제학 교수)는 분석이다.
 
반면 현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매달렸던 사회적 대화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낙선한 김상구 후보가 사회적 교섭을 내세워 결선에 진출하며 사회적 대화가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으나 민주노총은 결국 투쟁을 선택했다. 사회적 대화는 전임 김명환 위원장을 중도 사퇴시킨 의제다. 김 전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참여해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대의원 대회에서 거부됐다.
 
민주노총 내부 통합은 양 당선인의 과제다. 선거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심각한 내부 분열을 노출했다.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선투표에서만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1차례나 부정선거 경고를 쏟아냈다. 이 가운데 양 당선인 측이 7차례나 제재를 받을 정도로 선거 부정행위가 집중됐다. 대부분 흑색선전, 중립의무 위반과 같은 유형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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