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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에 이어 국방수권법도 거부…임기 막판 트럼프, 의회와 정면 충돌

중앙일보 2020.12.24 19: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는 23일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이동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는 23일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이동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하고 대통령 서명을 앞둔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안은 다시 의회로 보내져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지를 다시 표결로 결정하게 된다.

트럼프, 의회 메시지 보내 "국방수권법 거부"
"주한미군 감축 못하게 제한한 NDAA는 위헌"
의회 곧 재표결, 거부권 무력화 첫 사례 남길 듯

 
이미 의회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통과된 만큼 대통령 거부권이 무효로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백악관을 떠나기 전 의회와 마지막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 법은 중요한 국가안보 조치를 포함하는 데 실패했고, 참전용사와 군의 역사를 존중하는 데 실패했으며,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에서 미국을 우선하는 우리 행정부 노력에 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이 법이 "한국과 독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을 대통령이 감축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면서 "이는 나쁜 정책일 뿐 아니라 위헌적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미 수정헌법 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군 최고사령관이며 모든 행정적 권한이 부여되므로 한국·독일·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어디에 얼마나 많은 병력을 파견할지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의회가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NDAA는 해외 파병 미군의 감축을 절차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독 미군도 현재 수준인 3만4500명 이하로 줄일 경우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감축할 때도 평가보고서를 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이 행정부의 외교 정책과 직접 모순되며, 특히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려는 자신의 노력을 부정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과거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들 이름을 딴 군사시설 이름을 바꾸는 등 소위 '역사 바로 세우기' 조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와 관련해 소셜미디어 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 통신품위법 230조 폐기가 NDAA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거부권 행사 이유로 거론했다.
 
해외에서 들어온 허위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하는 것은 국가안보와 선거의 무결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므로 NDAA가 다뤄야 한다는 주장인데, 의원들은 이 문제가 NDAA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거부권 행사를 예고해온 만큼 의회는 크리스마스 이후 법안을 재표결하기 위한 회의 일정을 미리 잡아둔 상태다.
 
하원은 28일 모여 투표할 예정이고, 상원은 29일 이후 만날 계획이다.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대통령 거부권을 무효로 만들 수 있다. 
 
이달 초 상·하원이 각각 3분의 2가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NDAA를 통과시킨 데다 공화당도 대통령 거부권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안이 다시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인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NDAA는 국가안보에 중요한 법안으로 59년 연속 통과됐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찬성을 독려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군대에 해를 끼치고 안보를 위험하게 만드는 무모한 행동"이라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의회가 재의결을 통해 거부권을 무효로 만들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재임 4년간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9000억 달러(약 1000조원) 규모 경기부양 법안에도 반대하며 수정을 촉구했다. 지난 22일 밤 트위터에 "법안이 예상과 아주 다르다"면서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부양 법안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되 서명을 미루는 방법으로 사실상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연방 예산이 28일 고갈되기 때문에 연방 정부는 다음 주 초부터 셧다운을 시작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퇴임을 27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의회가 합의한 법안을 거부하는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마지막 결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려는 포석이라고 폴리티코는 해석했다. 
 
CNN은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말 자신에 대한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붙잡아 두기 위한 장치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서 얼마나 지낼지, 백악관으로 돌아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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