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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판사 탄핵” 들끓는 여권···법조계 “인지부조화 끔찍”

중앙일보 2020.12.24 17:17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뒤 사법부를 향한 비난 여론이 과열되고 있다. 여권은 ‘사법 개혁’을 주장하는 한편 정권 지지자들은 관련 판사의 신상을 공개하며 ‘법관 탄핵’ 요구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유죄 나니 "사법개혁"…판사 인신공격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24일 민주당 인사들은 정 교수의 판결을 언급하며 사법개혁을 주장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의심의 정황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검찰에 대한 사법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검찰 주장에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이 항소심이나 최종심에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에 집중하느라 사법개혁을 못 했다”는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인용하며 “오늘 진짜 뼈저리게 실감한다”고 썼다. 윤영찬 의원은 “스펙에 목숨을 건 많은 부모를 대신해 정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 것인가”라고 했고,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판부 임정엽 판사의 편향성에 우려가 많았다. 검찰개혁뿐 아니라 언론, 사법개혁이 시급하다”고 썼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소속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판사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약 14만 명이 동의한 이 글은 탄핵 근거로 “3인의 법관이 양심에 따라 심판을 해야 하는 헌법 103조를 엄중하게 위배했기 때문”을 들었다.
정경심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를 인정한 1심 재판부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캡처.

정경심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를 인정한 1심 재판부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캡처.

 
정경심 교수 1심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페이스북 글 캡쳐.

정경심 교수 1심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페이스북 글 캡쳐.

 
 재판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도 도를 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의 과거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을 언급하며 비하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판레기(판사+쓰레기)’, ‘공수처 수사 대상’ 등의 댓글도 달렸다.
 

법조계 "마음에 안들면 판사 찍어내기, 무슨 공정 바라냐"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비이성적인 사법부 흔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기소당하면 검찰 탓을 하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법원 탓을 한다”며 “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종교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끔찍한 인지부조화”라며 “믿고 있던 현실과 다르니 규칙을 뜯어고치자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검사는 “특정 지지 세력만 믿고 저리 선동질을 해 대는 정치권이 과연 일국의 지도자이며 집권세력인지 모르겠다“며“법치주의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공격하는데서는 서글픔을 넘어 섬뜩함마저 느낀다”고 했다. 이어 “판결문에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고통’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말 그대로 판사가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입법기관인 국민의 대표가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관 탄핵과 사법개혁을 거론하고 있다“며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는 위험한 발상이며 나아가 사법부를 행정부에 종속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현직 판사는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판사로서 수긍해야 하지만 판사를 인신 공격하고 법관 자리마저 위협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판결을 내리길 진정으로 바라는지, 아니면 그저 정권에 유리한 판결만 내려주길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박사라ㆍ김수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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