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올해 정치권을 관통한 작동 원리는 ‘180석’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하자 이해찬 당시 대표는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거여(巨與)의 감격은 곧 합의제 민주주의를 저격하는 힘으로 돌변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을 통해 이해관계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올해는 정치가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정치 실종의 해”라고 평가했다.
ⓛ양당제 회귀
민주당은 180석 중 17석을 비례당에서 거둬들였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비례당에서 19석을 확보하고도 지역구에 참패해 지난 9월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꿨다. 양당의 연동형 비례제 악용 결과 20대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였던 민생당이 사멸했다. 교섭단체 진입을 노리던 정의당은 20대 때와 같은 6석 사수에 그쳐 국회 교섭단체가 20대 3개→21대 2개로 줄어들었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부활했고 국민의힘은 TK(대구·경북)를 싹쓸이해 영호남 지역 구도가 재현됐다.

4.15 총선 당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선된 의원들 사진 옆에 스티커를 붙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②18대0 체제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건 과거 민주당이 야당일 때 하던 주장”이라며 “자신들이 권력을 잡으니 이제 와 법사위를 탈취하고, 야당 몫 국회부의장마저 없앤 초법적 국회를 반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경 일변도로 대응한 건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측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자 상임위원장과 국회 부의장을 모두 포기하면서 전략적 갈등 노선을 택했다.
③막가는 여당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8월 4일 국회에서 본회의 종료 후 주먹을 불끈 쥐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주먹이 대변하는 힘의 정치는 다수결 원리를 맹종했다. 상임위 단계부터 수적 우세를 점한 여당이 임대차 3법, 권력기관 3법, 경제 3법 등 쟁점법안을 단독 처리하기는 쉬웠다. “통법부”,“입법 독재” 비난 속에서 민주당은 내부 이견도 잠재운 채 철저한 ‘원팀’ 기조로 움직였다. 강 교수는 “청와대에도, 민주당에도 집권세력 내부에 생각이 다른 사람이 없다”며 “진영에 파묻혀 열혈 지지층만 보는 집권당이 사회적 공감대, 대안 형성을 도외시했다. 합의 실패와 대안 부재는 야당보다 여당 책임”이라고 말했다.
④무기력한 야당
박 대표는 “올해는 보수가 주류에서 비주류로, 상수에서 변수로 전락한 해”라며 “1990년 3당 합당 이후 30년간 굳어져 온 ‘민자당 대 반(反)민자당’ 구도가 처음 붕괴하면서 한국의 보수가 오너십 상실 시대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야권 대선 주자 1위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밖에서 자생 중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릴레이 철야농성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⑤예산 합의는 성과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