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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 제작 ‘미나리’, 골든글로브 '인종차별' 논란

중앙일보 2020.12.24 16:10
영화 '미나리'의 주요 출연배우가 지난 1월26일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단체 촬영에 응한 모습. [사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영화 '미나리'의 주요 출연배우가 지난 1월26일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단체 촬영에 응한 모습. [사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 영어 구사만으로 미국적인 걸 특징짓는 구식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영화 ‘페어웰’의 룰루 왕 감독)

재미교포 가족의 삶 그려 선댄스 수상
골든글로브에서는 '외국어 영화' 분류
영어 사용 50% 미만 규정에 '차별' 논란

 
재미교포 리 아이삭 정(한국이름 정이삭)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가 미국 주요 영화상인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록 영어 사용이 50% 미만일지라도 엄연히 미국 제작의 미국인 이야기인데 또 다른 인종차별 아니냐는 주장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골든 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규정상 ‘미나리’는 내년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돼 심사를 진행했다. 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는데 1980년대 아칸소 시골마을의 한국 이민자 가족을 그린 ‘미나리’에선 주로 한국어가 사용된다. 때문에 미국 제작사인 A24도 외국어영화상 부문으로 출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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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골든 글로브의 또 다른 규정에 따라 외국어영화상 출품작은 ‘작품상’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도 중국계 미국인인 룰루 왕 감독의 영화 ‘페어웰’은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됐고, ‘페어웰’은 아콰피나가 여우주연상을 타는 데 만족해야 했다. 당시 외국어영화상은 함께 경합한 ‘기생충’에게 돌아갔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룰루 왕 감독 외에도 다수 영화인들의 비판 트윗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방송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 중인 아시아계 배우 앤드루 풍은 “미국에서 촬영하고 미국인이 출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영화가 어쨌든 외국 영화라니 슬프고 실망스럽다”고 적었다. 김윤진과 함께 미국 인기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했던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김도 버라이어티 기사를 인용하며 “미국이 고국인데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미나리’의 국내 배급사인 판시네마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외국어영화인 '기생충'이 미국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면서 미국 영화상의 기준이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공감을 얻는 듯하다”고 전했다.
 
내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으로 분류되자 영화 '페어웰'의 감독 룰루 왕이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기사를 인용하며 비판적으로 언급한 트윗. [사진 판시네마]

내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으로 분류되자 영화 '페어웰'의 감독 룰루 왕이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기사를 인용하며 비판적으로 언급한 트윗. [사진 판시네마]

내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으로 분류되자 아프리카계 영화감독 니아 다코스타가 이를 비판적으로 언급한 트윗. [사진 판시네마]

내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으로 분류되자 아프리카계 영화감독 니아 다코스타가 이를 비판적으로 언급한 트윗. [사진 판시네마]

영화 '미나리'가 내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으로 분류되자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한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의 트윗. [사진 판시네마]

영화 '미나리'가 내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으로 분류되자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한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의 트윗. [사진 판시네마]

골든 글로브 규정이 들쑥날쑥 적용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버라이어티는 “영화 ‘바벨’이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의 경우 영어 비중이 낮은 데도 작품상에서 경쟁했고 심지어 ‘바벨’은 2006년 작품상을 탔다”고 설명했다. 두 작품 모두 외국어 비중이 상당하지만 브래드 피트 등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잡지 페이스트의 영화 담당 기자 제이콥 올러 역시 ‘바스터즈’ 사례를 거론하며 골든 글로브의 규정이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했다.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 글로브는 아카데미(오스카)보다 먼저 열려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린다. 다만 아카데미는 골든 글로브와 달리 외국어영화상(국제영화상) 출품작도 작품상을 함께 겨룰 수 있다.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사상 처음으로 오스카 외국어영화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로 이민자인 주연배우 스티븐 연이 브래드 피트와 함께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한예리·윤여정 등 한국배우가 다수 출연했다. 지난 2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과 미국영화 부문 관객상을 받은 후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국내 관객을 만났고,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내년 2월28일로 예정돼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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