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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열다 감염, 신궁참배 강행…日 방역 지휘자가 '엑스맨'

중앙일보 2020.12.24 05:00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방역 전선을 지휘해야 할 인사들이 외부 행사를 주도하는가 하면 와인 파티를 열다 감염되는 일까지 벌어져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스가 논란 이후에도 잇따른 회식 잡음
신년 참배행사 강행하겠다는 지자체장도
와인파티 갔다가 의사들 집단감염 사태도

22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니시오(西尾)시청에서 니시오 시의회의 의원들이 사죄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들 시의원 14명은 지난 18일 시내 여관에서 여성 접객원을 동반한 가운데 연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22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니시오(西尾)시청에서 니시오 시의회의 의원들이 사죄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들 시의원 14명은 지난 18일 시내 여관에서 여성 접객원을 동반한 가운데 연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23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이치(愛知)현 니시오(西尾)시 시의회 의원 14명이 지난 18일 2시간 동안 회식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개 사과에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4일과 15일 잇따라 하루 두 차례 릴레이 저녁 회식을 갖고, 자민당 중진 의원인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전 과학기술·IT담당상도 18일 80여명이 몰린 가운데 송년회를 겸한 정치자금 파티를 열어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다. 해당 모임을 주도한 고바야시 도시아키(小林敏秋) 시의원은 “경솔한 행동이었다. 감염 상황을 보면 중단을 요구했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선 시장이 대놓고 신년 행사를 강행할 뜻을 밝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나고야 시장은 지난 2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 1일 예년과 같이 신궁에 참배해 연설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이 몰릴 수 있어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가와무라 시장은 “시민들이 분산 참배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의사들이 와인 파티에 참석했다 단체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지자체가 이를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 이바라키(茨城)현 쓰치우라(土浦)시에서 열린 와인회 행사 이야기다. 쓰치우라시 한 병원장의 개업을 축하를 겸한 이 행사에선 37명 참석해 17명이 집단감염됐는데, 확진자 중에 의사가 최소 4명 포함돼 시내 7곳의 병원이 폐쇄됐다.  
 
특히 이 시기는 일본 전역 하루 신규 확진자가 1600명 이상을 기록하면서 3차 유행기(제3파)가 찾아왔다는 위기감이 고조됐을 때였다. 이에 더해 이바라키현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들의 직업을 자영업이라고 발표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비판 여론이 두려워 의사라는 직업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현은 “사생활 보호와 공익의 관점에 미묘한 문제가 있었다. 발표에 정확성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수시로 터져 나오는 이 같은 잡음에 방역 당국의 호소가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NTT 도코모가 지난 주말인 19일 전국 95곳의 주요 역과 번화가의 기지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54곳에서 지난주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지난 18일 인파가 몰린 도쿄의 한 시장.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 인파가 몰린 도쿄의 한 시장.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의 경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자문 조직은 이 상태가 지속할 경우 현재 2600명 선인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내년 1월 4일엔 3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1일에는 일본의사회, 일본간호사협회, 일본병원회 등 의료 관련 9개 단체가 코로나19 사태로 통상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며 ‘의료 긴급사태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미즈노 야스타카(水野泰孝) 글로벌헬스케어클리닉 원장은 아사히신문에 “인파가 줄지 않는 건 정부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회식 등 모임에 참석해 감염된 후 가정 내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례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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