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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용구 특가법 적용하려는데, 택시기사가 진술 바꿨다"

중앙일보 2020.12.23 18:25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폭행사건을 단순 폭행죄로 종결해 논란을 사고 있는 경찰이 당초에는 처벌이 무거운 특정범죄에 대한 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 경찰관이 이 차관을 특가법 위반 혐의로 보고했다"며 "하지만 기사가 이틀 후 진술을 바꿔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종결했다"고 밝혔다.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경찰에서 내사 종결 처분 돼 논란을 빚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경찰에서 내사 종결 처분 돼 논란을 빚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장 출동한 경찰 "특가법 적용 대상" 보고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오후 11시 30분쯤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초파출소 경찰관들은 택시 기사로부터 "손님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기사는 서초파출소 경찰관에게 "목적지에 다 와 갈 무렵 (이 차관이) 내 목을 잡았다"며 "강남역을 지날 때 차 뒷문을 열려던 것을 막자 나에게 욕설을 했다"고 진술했다. 서초파출소 경찰관들은 이에 따라 이 차관에 대해 특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서초경찰서에 보고했다.
 
하지만 기사는 지난 9일 경찰에 출석해 "운전 중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며 "폭행 당시 차가 멈춰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이어 "생각해보니 (운전 중 이 차관의) 욕설이 나를 향한 것인지도 확실치 않았다"며 "당황해서 처음에 욕을 했다고 진술했었다"고 말했다. 또 당초 "목을 잡았다"고 한 부분도 "멱살을 잡았다"로 바꿨다. 
 
이용구 차관이 거주하는 서초구 아파트. 편광현 기자

이용구 차관이 거주하는 서초구 아파트. 편광현 기자

 
경찰에 따르면 이 차관과 기사는 폭행 사건 발생 시점과 기사가 경찰에 출석하기 직전인 7일~8일 사이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기사가 지난달 8일 통화에서 '합의했으니 경찰서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출석을 설득해 결국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경찰 "택시기사가 진술 바꿔 내사종결"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12일 이 차관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경찰 조사에서 밝힌 기사의 진술로는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경찰이 이 차관에 적용한 단순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경찰은 지난달 8일 기사가 제출한 처벌불원서를 참작해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내사 종결이 섣부른 판단이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최초 진술로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는 특가법 적용대상이었다"며 "차가 멈춰있다고 판단할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사건을 종결해버렸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경찰이 피해자가 왜 진술을 바꾸었는지도 확인했어야 한다"며 "추가 증거에 대한 수사 없이 내사 종결은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현장풀) 박완수 간사(왼쪽 세 번째)를 비롯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장풀) 박완수 간사(왼쪽 세 번째)를 비롯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에 경찰은 "파출소에서 적은 1차 진술서로만 사건을 판단하지 않는다"며 "경찰서에서 정식 조사를 받고 사건을 처리하는 게 경찰 내규"라는 입장이다. 또 지난달 6일 사건 당시 택시에서 블랙박스 영상은 확보하지 못했다. 이 차관에게 폭행을 당한 기사는 10년 이상 운전 경력의 개인 택시기사로 알려졌다. 경찰은 "처음 현장에 출동했을 때 피해자가 '블랙박스가 있다'고 했다"며 "다만 파출소로 가 확인해보니 SD카드에 자료가 하나도 없어 '0 기가바이트(GB)'로 표시돼있었다"고 밝혔다. 또 "당시 기사가 블랙박스를 한 번도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했다"며 "(기사가) 다음 날 장안동으로 가 블랙박스 점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폭행 당시 현장 상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물적 증거가 없었던 셈"이라며 "재수사를 통해 합의 과정이나 수사 상황을 다시 들여다봐야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차관 사건을 재수사해달라"는 고발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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