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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여성은 화장 때문에…" 막말 해명하다 또 구설

중앙일보 2020.12.23 17:56
23일 국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변창흠 후보자가 과거 구의역 사고 등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있다. 2020.12.23. 오종택 기자

23일 국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변창흠 후보자가 과거 구의역 사고 등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있다. 2020.12.23. 오종택 기자

“김군이 실수로 죽었습니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이 같은 호통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아닙니다”라고 대답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다. 심 의원은 “이 일은 2인 1조가 해야 하는데 비용절감을 위해서 한 사람한테 다 떠넘긴 것”이라며 변 후보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심 의원이 지목한 고(故) 김군은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던 중 열차에 치여 숨졌다. 이를 두고 변 후보자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던 2016년 당시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걔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한 회의록이 최근 공개됐다.
 
23일 국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문회 시작전 변 후보자 앞에서 항의를 하고있다. 오종택 기자

23일 국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문회 시작전 변 후보자 앞에서 항의를 하고있다. 오종택 기자

야당은 변 후보자의 발언이 사건의 구조적 문제점을 도외시한 채 김군의 죽음을 희생자의 책임으로 떠넘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심 의원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국정 철학을 내건 정부에선 (변 후보자가) 더 적합하지 않다는 게 민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 의원은 김군 어머니의 육성 녹음파일도 공개했다. 녹음에서 김군 어머니는 “저의 남은 인생은 숨은 쉬고 있지만 사는 게 아니다.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우리 아이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밝히고 싶다”고 오열했다. 국민의힘도 변 후보자를 향해 “국무위원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격도 못 갖췄다”(김희국)고 비판하면서 변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변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 발언을 통해 “4년 전 제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재직 시절 중 발언했던 것과 관련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특히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군과 가족분들,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계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허리도 깊숙이 숙였다.
 
그러나 변 후보자는 또 다른 막말 논란엔 적극 해명했다. SH 사장 재임 시절 변 후보자가 일종의 공공주택인 셰어하우스 관련 회의를 하며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서 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다.
 
변 후보자는 “공유 주택의 공유 식당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문화는 아침을 서로 모르는 사람하고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공유 주방을 만드는 대신 다른 공간을 늘리는 게 어떤지 논의하던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란 뜻이다. 그러면서 “앞뒤도 없이 가난한 사람은 외식도 하지 말라 비약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변 후보자는 ‘아침을 서로 모르는 사람과 먹지 않는다’의 사례로 여성을 들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여성은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아침을 같이 먹는 것은 조심스러운데”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진선미 위원장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변 후보자는 “혹시 또 듣는 분들 입장에서는 다른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취지가 그게 아니었다는 말씀드리고 유감을 표한다”고 해명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부적격성 등 현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부적격성 등 현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장에서 거짓 답변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04년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으로 주소지를 옮긴 이유가 뭐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변 후보자는 “당시 세종대 교수가 됐다. 신림동에 장모님 (거주하는) 근처에 둘째 딸하고 살았는데, 아침에 출근길이 막혀서”라며 “장모님이 아이를 봐주셔야 하기 때문이다. 장모님이 하실 수 있는 거리를 찾다가 7호선을 따라서 찾은 게 방배동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에 따르면 변 후보자의 둘째 딸은 후보자가 방배동 전입신고를 마친 사흘 뒤인 2004년 8월 6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미국 위스콘신에서 1년가량 초등학교에 다녔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변 후보자의 딸이 특목고 입학을 준비하며 후보자와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거나 ▶SHㆍLH 사장 재임 당시 후보자와 연관되는 단체나 지인들에게 연구용역, 또는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등도 제기했다. 변 후보자는 각각 “봉사는 실적에도 잡히지 않았다” “특정 사람이나 기관에 맡길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방문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부터 임대주택 단지 개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방문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부터 임대주택 단지 개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여당 측 청문위원들은 변 후보자에게 제기된 신상 관련 의혹 대부분은 야당과 일부 언론이 만들어낸 근거 없는 의혹이란 주장을 폈다. “청문회 과정에서 유포된 가짜뉴스를 팩트 체크하겠다”(천준호)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는 치사하다”(문정복) “SH 근무 내용이 왜 허위로 야당 의원에게 제보되고 언론에 보도되는지 궁금하다”(김회재)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변 후보자는 주택, 도시 문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건설 현장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 현장 활동을 강화해 실사구시를 늘린다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김윤덕)이라고 옹호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변창흠 후보자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전문가 출신의 최초의 국토부 장관”이라고 추켜세웠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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