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23일 정치권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정의당이 이날 청문회를 지켜본 뒤 24일 당 상무위원회에서 변 후보자에 대한 적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당시 정의당의 부적격 판단은 곧 낙마로 이어져 ‘데스노트(death note)’라는 별칭을 얻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오른쪽)와 강은미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단 회의에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강 원내대표는 23일로 단식 13일째다. 뉴스1
정의당이 데스노트 부활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변 후보자 때문이다.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 18일 시작됐다. 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인 2016년 ‘구의역 김군’ 사건을 두고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 “업체 직원의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말했던 사실이 확인된 날이다. ‘구의역 김군’ 사건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당시 19세)씨가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사고다. 김씨의 동료인 서울교통공사노조 PSD1지회는 지난 21일 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전날(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왼쪽 네 번째부터)의 농성장을 찾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김 이사장과 이씨는 "우리에게 할 사과가 아니다"라며 거부했고, 정의당은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카메라와 함께 불쑥 농성장을 찾아 왔다. 무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맨 왼쪽은 변 후보자에 항의하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 뉴스1
이날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당내 의원들이나 지도부는 굉장히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면서도 “당에서는 청문회까지는 보고 최종 판단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망설이는 모습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국면과 판박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 정의당은 조 전 장관 일가의 의혹에 대해선 진상규명을 요구하긴 했지만, “조 후보자가 훌륭한 사법개혁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심상정 당시 대표)는 기조를 끝내 유지했다. 선거법 개정(연동형 비례대표제)을 위해선 민주당과의 공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17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를 찾아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정의당은 조 전 장관에게 제기된 입시비리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임명엔 반대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데스노트의 ‘화력’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180석에 육박하는 거여(巨與)의 등장으로 정의당의 ‘캐스팅보트(casting vote)’ 기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의석 분포가 달라진 건 사실이지만 애초 데스노트라는 게 정의당의 기준선이 아닌 국민 대다수 여론에 따른 당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국민의 시각에서 당론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