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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공개 저격한 美인권재단 "내 인터뷰 내용 왜곡했다"

중앙일보 2020.12.23 17:11
지난해 6월 민주주의진흥재단(NED)가 주최하는 '민주주의 상' 시상식에서 연설하는 칼 거쉬먼 이사장.[NED]

지난해 6월 민주주의진흥재단(NED)가 주최하는 '민주주의 상' 시상식에서 연설하는 칼 거쉬먼 이사장.[NED]

미국의 대북인권재단인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칼 거쉬먼 회장이 22일(현지시간) 일명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과 관련해 “통일부가 나의 인터뷰 내용을 왜곡(misuse)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칼 거쉬먼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이사장
"전단살포 불법화, 분단 강화 역효과 낼 것"
"전단이 긴장 고조" 서호 통일부 차관 비판
北 인권단체 "한국이 북 정권 탄압 돕는다"

NED는 미 의회가 북한인권법(2004년 제정)에 따라 매년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위탁받아 북한 인권단체, 대북 라디오방송 등에 지원하는 재단이다.
 
거쉬먼 회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통일부 (서호) 차관 등이 정보의 확산을 범죄시하는 것이 북한의 인권을 더 효과적으로 향상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두 개의 한국 사이에 분단의 벽을 강화하는 것으로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우려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호 차관은 북한전문매체 NK뉴스 기고에서 “한·미 비평가들이 개정안의 의도와 내용을 오해하고 왜곡된 비난을 퍼붓고 있다”며 “남북은 1972년 남북공동선언과 2018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상호 비방과 전단 살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일부 단체들이 전단지를 살포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접경지대에 살고 있는 112만 명의 목숨이 위협받고 관광객이 줄면서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거쉬먼 회장은 또 “대북전단 활동과 관련한 내 인터뷰를 통일부가 잘못 사용한 데 대해 실망했다”라고도 했다.  
 
앞서 통일부는 15일 16페이지 분량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는 “전단살포가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는 없다”며 “진위가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나 외설적 표현, 북한 체제에 대한 모욕을 주로 담고 있는 전단지 정보 전달의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 주민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며 대북전단금지법을 정당화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자료에 “거쉬만 회장도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 유입 방법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는 점을 근거로 포함했다.  
 
거쉬먼 회장이 이에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 올해 6월 VOA 인터뷰에서 그는 “대북전단 살포가 아주 효과적인 정보 유입 방법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NED가 (예산을) 지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북전단이 위협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를 앞부분만 잘라 인용한 것이다.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연합뉴스]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연합뉴스]

 
거쉬먼 회장은  재차 “NED는 전단과 관련한 어떤 활동에도 민주주의 기금을 지원하지 않지만, 우리는 정확하고 새로운 정보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게끔 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을 매우 지지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지난 21일 2021년도 통합 예산법률을 통과하면서 국무부의 북한 민주주의 증진 활동에 400만 달러, NED의 정보 유입 활동을 포함한 북한 인권 지원 프로그램에 500만 달러를 별도 책정했다.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의회의 초당적 의원 모임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내년 1월 한국의 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조 바이든 신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첫 단추부터 북한 인권문제로 충돌하며 시작하게 될 수 있다.

 
대북인권단체 루멘의 백지은 대표는 21일(현지시간)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한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북한 정권의 탄압을 보조하고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 대표는 북한에서 외국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탈북한 강모씨 사례를 들며 “김정은은 그의 억압적인 체제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깨어있는 시민들을 결코 원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김씨 정권은 강씨와 같은 사람들을 범죄자로 간주한다”며 “이제 남한 정부가 강씨를 범죄자로 분류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전단금지법 위반시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에 처해질 수 있다면서다. 
 
백 대표는 “한국 정부는 그들을 범죄자로 처벌할 것이 아니라 지원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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