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싸도 없어서 못 산다는 자금성 립스틱?

중앙일보 2020.12.23 17:05

전통은 너무 고루해

[사진출처=바이두바이커]

[사진출처=바이두바이커]

붉은색 장벽이 둘러싼 신비로운 공간. ‘자줏빛의 금지된 성’이라는 뜻의 자금성(紫禁城)은 원래 범인(凡人)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됐던 곳이다. 황제와 상제(上帝)만 머물 수 있는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서야 자금성의 문은 일반인들에게도 열렸다. 베이징 관광의 랜드마크가 된 자금성은, 어느새 배타적이던 그 이름 대신 ‘고궁(故宫)’이라는, 보다 친숙한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불리게 됐다.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하지만 자금성의 이미지는 고루했다. 자금성을 떠올렸을 때 그 누구도 '트렌드'라는 단어를 함께 떠올리진 못했다. 전통은 보통 지루하고 쿨하지 않다고 여겨지곤 해서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는 어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선입견, 내가 깨줄게.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2년 전, 고궁의 고루한 이미지를 벗게 해준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 바로 고궁 박물관에서 직접 기획 제작한 '고궁 립스틱'이다. 6가지 '국보색(国宝色)'과, 고궁을 형상화한 케이스 디자인이 콘셉트였다.
 
이 립스틱은 나오자마자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불티나게 팔려, 없어서 못 사는 아이템이 된 것이다. 제품을 기획한 고궁 박물관 원장 단지샹(单霁翔)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궁 립스틱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미 다 매진돼서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단지샹(单霁翔) 고궁 박물관 원장 [사진출처=바이두바이커]

단지샹(单霁翔) 고궁 박물관 원장 [사진출처=바이두바이커]

 

불티나게 팔린 이유, 무엇일까 

개방적이고 실험 정신이 강하다는 단지샹 전 원장의 기획 하에 탄생한 이 립스틱. 가격은 절대 저렴하지 않았다. 199위안으로, 한화로 대략 3만 4천 원 정도다.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기 많은 맥(MAC)이나, 입생로랑과 같은 해외 브랜드와 맞먹는 가격이다. 그런데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니,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사진출처=푸샹 위챗 공식계정(普象工业设计小站)]

[사진출처=푸샹 위챗 공식계정(普象工业设计小站)]

 
이유는 바로 케이스 디자인 때문이었다. '애국', '전통'을  연상케하는 케이스 디자인이 중국 젊은이들 마음속 애국심을 자극했다. 밖에 외출했을 때, '화려한' 디자인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끎과 동시에, 숨겨왔던 자신의 애국심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고궁 박물관 원장 역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립스틱만 유독 불티나게 팔린 이유는 케이스 디자인 때문"이라고 밝혔다. 립스틱과 함께 기획한 마스크팩은 판매가 저조했는데, 그 이유는 마스크팩은 외출해서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고궁 건립 600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나와

한편, 올해 역시 고궁에서는 2020년 '고궁 립스틱' 신제품을 출시했다. 고궁 건립 600주년을 맞아, '모란꽃' 콘셉트로 디자인된 이 립스틱의 가격은 299위안(한화 약 5만 원)이다. 
[사진출처=푸샹 위챗 공식계정(普象工业设计小站)]

[사진출처=푸샹 위챗 공식계정(普象工业设计小站)]

[사진출처=타오바오 캡처]

[사진출처=타오바오 캡처]

 
해외 유명 브랜드와 비교해도 절대 저렴하지 않은 금액의 이 립스틱. 하지만 고궁 쪽에서도 이 '600주년 한정판'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쓴 모양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유명 해외 브랜드 못지않을 만큼 제품 디자인과 브랜딩의 완성도가 높다라며 칭찬 일색이다. 제품 상세설명과 콘셉트 사진에서, 적어도 '고루하다'라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 듯하다. 
[사진출처=푸샹 위챗 공식계정(普象工业设计小站)]

[사진출처=푸샹 위챗 공식계정(普象工业设计小站)]

[사진출처=타오바오 캡처]

[사진출처=타오바오 캡처]

 

더 트렌디해지는 전통 

해당 사례는 중국 젊은이들의 '애국 소비' 트렌드와 관련지어 해석되곤 한다. 그런데 꼭 중국만의 이야기로 선을 그을 필요가 있을까. 국내에서도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을 재해석한 사례들이 보인다.  
 
36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국내외로부터 "참신하고 트렌디하다"라는 칭찬을 받았던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이나, 6억 6천만 뷰를 기록 중인 블랙핑크의 '한복 뮤비' 같은 사례가 그 예다.
한국관광공사의 서울 홍보 영상 [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캡처]

한국관광공사의 서울 홍보 영상 [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캡처]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뮤비 [사진출처=블랙핑크 유튜브 캡처]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뮤비 [사진출처=블랙핑크 유튜브 캡처]

 
옛것은 보통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전통이 고루하게 여겨졌던 이유는, 어쩌면 그것을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만 두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두툼하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봐 준다면, 전통 역시 트렌디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차이나랩 허재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