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널 위해 달도 따다줄게…40만이 기다리는 아빠의 '요술램프'

중앙일보 2020.12.23 17:00
엄마, 아빠, 아들 세 사람이 밤하늘에 뜬 은빛 달을 밧줄로 묶어 끌어당깁니다. 어느덧 고지가 눈앞입니다. 덩치가 커서 창문에 걸린 달을 집안으로 데려오려 마지막 힘을 짜냅니다.

[영상] 두살 아들 위한 사진 한장
中 포토그래퍼의 '부성애' 선물

 
다음은 냉장고입니다. 모든 게 얼어버린 '겨울왕국'에 잠옷 차림의 엄마와 아들이 등장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커다란 눈덩이를 던집니다. 무방비 상태의 아빠는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해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아이의 꿈도, 마술도 아닙니다. 중국 칭다오에 사는 33살 주어아창(左阿常)이 직접 찍어서 만든 '합성 사진'의 일부입니다. 
주어아창이 아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달을 집까지 끌어온 합성 사진. [웨이보 캡처]

주어아창이 아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달을 집까지 끌어온 합성 사진. [웨이보 캡처]

평범한 포토그래퍼인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태국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가족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죠. 올해 초 오랜만에 본 아들이 자신을 낯설게 여기는 모습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집에 돌아온 그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특별한 가족사진 찍기에 나섰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대부분 두 살배기 아들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걸 이뤄주기 위해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찍습니다. 때로는 아이 혼자 우주여행을 가고, 어떨 때는 가족 모두 공룡을 사냥하러 매복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맞춰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기도 합니다.
주어아창이 눈싸움을 활용해서 만든 합성사진. [콰이쇼우 캡처]

주어아창이 눈싸움을 활용해서 만든 합성사진. [콰이쇼우 캡처]

주어아창은 소셜 미디어에 거의 매일 합성 사진과 영상을 올립니다. 코로나로 모든 이가 집에 머무를 때 재미있는 사진으로 웃음을 주자는 의도가 성공한 걸까요. 틱톡과 비슷한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콰이쇼우의 팔로워는 40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좋아요' 수도 200만 넘게 쌓였습니다. 특히 달을 집에 가져오고 싶다는 아들 꿈을 이뤄준 사진은 큰 화제를 모으며 중국 언론에까지 보도됐습니다.
 
이제 사진을 기다리는 '팬'까지 생긴 아빠. 그는 왜 합성사진을 택하게 된 걸까요. 지난달 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들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는데 평범한 촬영 기술로는 이룰 수 없었어요. 그래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다른 (보정) 기술을 활용해서 아들의 바람을 현실로 바꿔줬어요. 커서 이 사진들을 본다면 일반적인 사진보단 훨씬 의미 있을 거 같아요." 

주어아창이 부인의 어릴 적 꿈인 인어를 실현시켜준 합성 사진. [웨이보 캡처]

주어아창이 부인의 어릴 적 꿈인 인어를 실현시켜준 합성 사진. [웨이보 캡처]

기꺼이 나선 촬영이지만 쉬운 건 아닙니다. 아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 제대로 포즈 잡기가 쉽지 않다네요. 그래서 '오케이' 사인이 날 때까지 30번 이상 걸리곤 합니다. 심할 때는 100번 넘게 다시 찍습니다. 사진 편집도 3~4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주어아창의 합성 사진은 늘 즐겁습니다. 세 가족이 어울리면서 늘 웃으며 촬영하죠. 그렇게 어릴 적 꿈이 인어였다는 부인의 소망도 이뤄줬습니다. 소재를 궁리하느라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진은 집 안에서 촬영합니다. 아이디어도 일상생활에서 얻곤 합니다. 청소도구, 수박, 변기 등을 그때그때 활용하는 식이죠.
포토그래퍼인 주어아창의 카메라와 렌즈들. [웨이보 캡처]

포토그래퍼인 주어아창의 카메라와 렌즈들. [웨이보 캡처]

아들의 특별한 성장기를 담는 아빠에겐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여느 아빠들처럼 아이가 행복하게만 자랐으면 한다는 건데요. 이번 크리스마스엔 어떤 사진을 찍을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아들이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사진들이 아들의 창의성을 기록하는 용도로 쓰였으면 좋겠어요. 상상력이 풍부해야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SCMP 인터뷰)

 
정종훈 기자, 장민순 리서처 sakehoon@joongang.co.kr
영상=백경민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