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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스파르타, 애플=마케도니아’? 머스크 vs 쿡 데자뷔

중앙일보 2020.12.23 15:55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2일(현지시간) “애플에 테슬라 매입 의사를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플이 2024년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한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만이다.  
 
머스크는 트윗을 통해 “모델3 개발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 (애플 CEO인) 팀 쿡에게 테슬라 인수 가능성 타진을 위해 연락을 했고, 당시 테슬라의 가치는 현재의 10분의 1이었다”며 “(쿡은) 관련 미팅을 거부했다”고 적었다.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입이 현실화하면서 머스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CNBC는 전기차에 대한 테슬라와 애플의 경쟁이 “머스크 vs 쿡의 대결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윗과 관련해 테슬라도, 애플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중앙포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중앙포토]

‘머스크 vs 쿡’의 구도는 2015년의 데자뷔다. 애플이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전기차 프로젝트팀을 출범시킨 약 1년 뒤였다. 애플은 당시 관련 내용을 공식 인정하진 않았지만, 머스크는 당시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곤 했다. 테슬라 기술자들을 애플이 빼내 가는 상황에 대해 특히 공개 반발했다. 
 
머스크는 당시 인터뷰에서 “애플이 고용한 기술자들은 우리가 이미 해고한 사람들”이라며 “우린 애플을 ‘테슬라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농담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부드럽고 섬세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쿡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2일(현지시간) ″애플에 테슬라 매입 제의하려 했었다″는 요지로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2일(현지시간) ″애플에 테슬라 매입 제의하려 했었다″는 요지로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머스크의 22일 트윗에 따르면 애플에 테슬라의 매각을 고민했던 때는 2016~17년쯤, 매각 금액은 660억 달러(약 66조5000억원)였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그 10배인 6069억7900만 달러(약 672조)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9대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하지만 시곗바늘을 돌려 당시로 돌아가면 상황은 좋지 않았다. 머스크를 애먹인 건 준중형인 모델3 생산이었다. 당시 시장에선 “테슬라가 모델3 양산 지옥에 빠졌다”는 말이 나왔고, 자연스레 현금 흐름도 막혔다. 그 고통의 시간을 머스크는 버텨냈고, 2017년 12월엔 그해 최고 주가를 찍으며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팀 쿡 애플 CEO. AP=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 AP=연합뉴스

머스크는 22일 애플에 매각을 검토했다는 옛이야기를 꺼낸 뒤 “마케도니아에 대한 스파르타의 답”이라는 짧은 문구도 추가 트윗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였던 필리포스 마케도니아 왕과 스파르타의 일화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필리포스 대왕이 스파르타에 “우리가 만약 군대를 보낸다면 너희는 바로 다 파괴될 것이니 항복하라”고 종용했으나 스파르타는 “만약이라는 가정 아니냐”고 대응했고, 필리포스는 감복해 스파르타를 정복하지 않고 지나갔다고 한다. 
 
애플을 덩치가 큰 강대국 마케도니아에, 테슬라는 강소국이던 스파르타에 빗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테슬라가 덩치가 작다고는 할 수 없으나 애플의 시총은 2조2421억9800만 달러(약 2484조 1300억원)로 테슬라의 약 3배가 넘는다.  
 
한편 주가는 연일 애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1일 S&P500 지수에 21일 편입했으나 당일 전 거래일 대비 6.5% 하락했고, 22일에도 1.46% 떨어진 640.3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애플은 21일엔 1.24%, 22일에는 2.85% 오르며 131.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CNBC는 “올해 700% 가까이 폭등한 테슬라이긴 하지만 지난 이틀간의 하락은 애플의 전기차 진출 현실화와 겹쳐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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