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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곳간지기냐” ‘폄훼 과해“···이재명·홍남기 이틀째 설전

중앙일보 2020.12.23 15:4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경기도청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 행정명령 등 코로나19 긴급방역 대책을 발표하논 모습. 앞서 이 지사는 정부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경기도청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 행정명령 등 코로나19 긴급방역 대책을 발표하논 모습. 앞서 이 지사는 정부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정부의 일원으로서 경기도지사도 경기도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이 지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게 하는 것은 기재부가 ‘곳간 지기’를 넘어 ‘경제정책의 설계자’가 되어 재정정책을 경제 활성화, 복지 확대, 양극화 완화 등 복합적 효과를 가지도록 설계하여 집행하라는 의미”라며 “과거의 균형재정론과 공급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역량을 확충하는 재정확장 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특히 자신의 재정확장 요구를 경기도 광역버스 예산 문제와 연결짓는 기재부 측 해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 지사는 “정부간 공식합의를 부정한 기재부의 광역버스 예산삭감은 재정정책을 둘러싼 공방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광역버스를 국가 사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국비 50%, 경기도 50%’로 나누기로 한 경기도·국토부의 합의를 기획재정부가 일방적으로 깨뜨렸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결국 경기도는 도민에게 비난받으며 아무 대가도 없이 버스요금도 올리고, 광역버스 관리권한도 빼앗기는 결과가 되었다”며“정부기관간 공식합의를 다른 정부기관이 마음대로 뒤집는 상식 밖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라지만, 홍남기 부총리나 기재부 관료들이 기재부 정책을 비판했다 하여 사감으로 정부기관간 공식합의를 마음대로 깨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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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홍남기 이틀째 가시 돋친 설전

 
앞서 이 지사는 전날 오전에도 페이스북에 “재정적자 최소 대한민국, 홍남기 부총리님의 소감이 궁금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평가한 OECD와 IMF 보고서를 인용한 뒤 “홍 부총리님을 비롯한 기재부에 묻고 싶다. 뿌듯하시냐”“만약 그렇다면 경제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특히 “어려운 국민들의 삶을 돌보지 않아 재정 손실이 적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이야 어찌 됐든 곳간만 잘 지켜 국가재정에 기여했다고 자만한다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라며 강도 높게 홍 부총리를 비판했다. “전시에 재정 아낀다고 부상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국가는 영구장애에 대한 더 큰 손실 감당해야 한다”는 게 이 지사의 설명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홍 부총리는 23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 비판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홍 부총리는 23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 비판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뉴스1

이에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의 ‘비여후석 풍불능이 지자의중 훼예불경(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毁譽不傾)’이란 법구경의 한 대목을 페이스북에 올려 이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자신을 큰 바위에, 이 지사의 비판을 사소한 지적에 비유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듣고 문득 다음 법구경 문구가 떠올려졌다”며 “지금 위기극복 및 경제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장재정, 부동산, 3단계 격상 등 잇따라 충돌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안정적인 재정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과 부동산 공급 대책, 방역 대책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을 빚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주먹을 맞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주먹을 맞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8~9월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이 쟁점이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이 지사의 ‘전국민 30만원 긴급재난지원금’ 주장에 대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했고, 이 지사는 “국가부채 0.8% 증가만 감수하면 경제살리기 효과가 확실한데 기획재정부는 왜 국채를 핑계 대며 선별지원 고수하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 논의가 분분하던 지난 7월엔 홍 부총리가 “그린벨트 문제도 같이 점검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하자, 이 지사는 “전국 '로또' 분양 광풍이 불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관련 방역 대책을 두고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렸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코로나19 긴급방역대책회의에서 이 지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의 조기 시행을 건의했으나, 정부는 이 지사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경기도는 서울·인천시를 설득해 이날 0시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다만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마무리하면서 “민주당 소속 경기도지사도 민주당 정권과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니 기재부와 경기도 간 갈등을 조장하는 추측성 갈라치기는 사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국가의 운영 방향, 그리고 코로나19 경제 방역에 대한 논쟁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순수하게 정책 논쟁으로 봐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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