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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뿌듯하시냐" 저격에, 홍남기 "난 두텁기가 큰 바위"

중앙일보 2020.12.23 11:21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3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비판에 대해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3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비판에 대해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뉴스1

“비여후석 풍불능이 지자의중 훼예불경(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毁譽不傾).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듣고 문득 다음 법구경 문구가 떠올려졌다”며 올린 글귀다.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은 전날 홍 부총리를 비판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이어 “지금 위기극복 및 경제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오후 경기도청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방역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오후 경기도청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방역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는 전날 오전 “재정적자 최소 대한민국, 홍남기 부총리님의 소감이 궁금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평가한 OECD와 IMF 보고서를 인용한 뒤 “홍 부총리님을 비롯한 기재부에 묻고 싶다. 뿌듯하시냐”며 “만약 그렇다면 경제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특히 “어려운 국민들의 삶을 돌보지 않아 재정 손실이 적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이야 어찌 됐든 곳간만 잘 지켜 국가재정에 기여했다고 자만한다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라며 “전시에 재정 아낀다고 부상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국가는 영구장애에 대한 더 큰 손실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또 “부디 고성장시대의 고정관념을 버리시고, 재정정책에도 융·복합적 사고를 가져주시길 바란다. IMF 등 국제기구들은 코로나19 조기 종식과 경제 회복을 위해 각국 정부에 적극적 재정지출을 권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뉴스1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안정적인 재정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9월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을 높고 맞붙었다. 당시에 선공을 날린 건 홍 부총리였다. 홍 부총리는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와 이 지사의 ‘전국민 30만원 긴급재난지원금’ 주장에 대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틀 뒤 페이스북에 “국가부채 0.8% 증가만 감수하면 경제살리기 효과가 확실한데 기획재정부는 왜 국채를 핑계 대며 선별지원 고수하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적었다.
 
두 사람은 부동산 정책을 놓고도 붙은 적이 있다.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 논의가 분분하던 지난 7월 홍 부총리가 “그린벨트 문제도 같이 점검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하자 이 지사는 “전국 '로또' 분양 광풍이 불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지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관련 방역 대책을 두고도 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지난 12일 코로나19 긴급방역대책회의에서 이 지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의 조기 시행을 건의했으나, 정부는 이 지사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경기도는 서울·인천시를 설득해 이날 0시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경제 당국의 입김이 반영돼 3단계 격상을 못하고 있지 않냐”며 “이 지사의 기본 원칙은 방역은 선제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분담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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