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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백신 생산국서 먼저 접종은 불가피”

중앙일보 2020.12.23 00:16 종합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로 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초청해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이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오른쪽은 김 대법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로 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초청해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이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오른쪽은 김 대법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그동안 (코로나) 백신을 생산한 나라에서 많은 재정 지원과 행정 지원을 해서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이스라엘 등은 접종 시작
백신 만들며 맞는 나라는 미국뿐

윤석열 정직 집행정지 심문 중
문 대통령, 대법원장도 불러 논란
법조계 “권력분립 어긋난 발언”

문 대통령은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초청한 청와대 간담회에서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또 준비를 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20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화이자·모더나·얀센 등과 계약이 임박했으나 1분기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은 없다”며 사실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1분기 접종 가능성이 낮다는 걸 인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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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불가피한 일”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을 ‘백신 생산국’ ‘백신 개발국’으로 혼용하면서다. 사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개발)·모더나 백신을 개발·생산 중이다. 하지만 백신을 생산 또는 개발하지 않은 영국·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에서도 접종이 시작됐다. 
 
공수처 심리 헌재소장 앞 “권력기관 개혁 관심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싱가포르도 연내 접종에 들어간다. 일본도 내년 2월께다.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선구매했기에 가능한 타임스케줄이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을 위한 백신 접종이 시급해 촌각을 다퉈도 모자랄 상황에 대통령의 ‘특별히 늦지 않게’라는 발언은 도대체 몇 개월 후를 말하는 거냐”고 했다. 한국건강학회(이사장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내년 2월 1일 시작돼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설 걸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백신보다 방역을 내세웠다. “다행스럽게도 방역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아주 모범국가로 불릴 정도로 잘 대응해 왔다. 앞으로도 우리 국민의 높은 시민 의식과 공동체 의식으로 코로나를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다.
 
당초 청와대는 5부 요인들과 함께하는 이날 행사가 “코로나 대응에 대한 논의”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 문제로 여러 가지 갈등이 많다”며 “헌법정신에 입각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당장은 그로 인한 갈등들이 있고 우리의 완전한 제도로 정착시키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헌법기관장님들이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법조계에선 당장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에게 전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진행됐고, 유남석 헌재소장의 경우 헌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었기 때문이다. 유 헌재소장의 경우 공수처 헌법소원의 당사자 중 한 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대통령이 5부 요인을 불러 지시하듯 말하는 것 자체가 권력분립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검찰총장의 징계 결재자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윤 총장을 심문하는 재판부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강태화·박태인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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